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 아트페어 ART SG가 지난 일요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열린 2026년 행사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기록했던 파블로 피카소 작품의 120만 달러 거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라킵 쇼, 안토니 곰리 등 글로벌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이 안정적으로 판매됐고, 아시아 기반 갤러리 중에서는 한국의 조현화랑이 이배 작품을 완판하며 큰 성과를 냈다.
관람객의 다수는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한 로컬 컬렉터였고, 동시에 전 세계 주요 미술관과 예술 기관 관계자들도 대거 방문했다. 최근 글로벌 미술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도 싱가포르 아트 마켓이 유독 활기를 띠는 데에는 몇 가지 분명한 전략과 환경적 요인이 있다.
첫째, ‘자본이 흐르는 곳에 문화가 정착한다’는 부의 이동(Wealth Migration)
최근 몇 년 사이 홍콩과 중국, 동남아시아의 신흥 부호들이 자산 관리와 리스크 분산을 위해 싱가포르로 이주하거나 패밀리 오피스를 설립했다. 경제가 불안할수록 현금보다 가치가 보존되는 블루칩 예술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데, 싱가포르는 비교적 투명한 행정 시스템과 예술품 거래에 우호적인 세제 혜택(예술품 자본 이득세 없음, 상속제 및 증여세 폐지, 작품 수입 시 부가세 해제의 '르 프리포트' 운영 등)이 안정적인 거래 환경을 제공해왔다.
둘째, 동남아시아의 확실한 허브라는 점
주변 국가들은 예술적 에너지와 바이브는 크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인프라와 시장 투명성 면에서는 싱가포르가 단연 앞서 있다. 이번 ART SG가, 지역 특화 페어인 S.E.A. Focus를 페어 안으로 끌어들인 게 신의 한수였다고나 할까. 동남아시아의 정수만 모았다는 신뢰를 주면서 글로벌 컬렉터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셋째, 정부 차원의 치밀한 기획력 (SAW)
ART SG는 단순한 판매 중심의 아트페어가 아니라, 싱가포르 아트 위크(SAW)라는 국가 단위 문화 이벤트 안에 배치됐다. 이는 ‘아트페어를 보러’가 아니라, ‘지금 싱가포르에 가야 할 이유’를 만들어줬다.
마지막으로, 지정학적 ‘안전 항구’라는 이미지
전 세계적으로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자산과 네트워크를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 도시의 가치는 더욱 부각된다. 마리나 베이 샌즈라는 상징적 공간에서 열리는 고밀도·고효율 페어 모델은 바쁜 컬렉터들에게도 높은 가성비를 제공하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
결국 싱가포르는 지금, 불안한 세계 경제 속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예술을 소비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브랜딩'에 성공했다. 안전하게 예술을 구입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이라면, 누가 이를 마다할까.
https://www.artnews.com/art-news/market/art-sg-2026-sales-report-123477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