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대한 피카소의 집요한 집착

by 정물루

'해체는 곧 지독한 사랑의 근거'


어딘가 이상해 보이는 피카소의 작품 속 인물들을 바라보다 보니, 그가 사람을 얼마나 깊이 사랑했는지가 느껴졌다. 대상을 한 방향에서만 바라보는 시선으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형상들. 앞과 뒤, 옆모습은 물론이고 내면까지 들여다보지 않으면 결코 그릴 수 없는 모습들이다.


그러니까 입체주의란, 대상의 모든 면을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모두 담아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의 결과가 아닐까.


파리 국립 피카소 미술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루브르 아부다비에서 열리고 있는 <피카소, 형상(Picasso, the Figure)> 전시는 피카소가 평생에 걸쳐 인간의 몸을 어떻게 해체하고, 다시 재구성해왔는지를 보여준다.


이 전시는 피카소가 근본적으로 ‘인간’을 그린 화가였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한다.


스페인에서 태어났지만 평생의 대부분을 프랑스에서 보냈고, 스페인 내전 이후 그는 끝내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1917년, 이탈리아 폼페이를 방문해 고대 예술의 ‘물리적 존재감’을 직접 체험한 경험은 이후 그가 고전주의적 화풍으로 돌아가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당시 피카소는 서구의 매끈하고 가식적인 미학에 싫증을 느끼고, 더 거칠고 투박하지만 생명력 넘치는 아프리카의 원시 예술에서 인간의 본질을 찾고자 했다.


그리스 신화 역시 폭력, 사랑, 고뇌 같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을 담고 있었고, 이는 그의 작업 전반에 걸쳐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 된다.


전쟁의 폭력을 고발하고 평화에 대한 염원을 담은 <게르니카> (1937) 역시 그 안에서 고통받는 ‘인간’을 그린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게르니카>의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기록들과 함께, 이라크 작가 디아 알 아자위(Dia Al Azzawi)의 대작 <갇힌 나의 도시를 위한 비가(Elegy to My Trapped City)> 가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카타르 도하 마타프 아랍현대미술관 소장 작품으로, 걸프전 이후 바그다드가 겪은 고통을 담아낸 이 작업도 전쟁 속에서, 그리고 전쟁 이후에도 여전히 인간에 대한, 인간을 위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전시의 마지막은 말년의 작품들로 구성된다. 다중 시점, 강렬한 색채, 거침없는 선들 속에서 그는 평생 보고, 느끼고, 고민해온 모든 생각과 감정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듯하다. 특히 더 대담하고 화려해지는 색채는 죽음에 맞서 삶의 끝까지 에너지를 밀어 올리려 했던 한 화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고민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스케치부터 그에게 영감을 주었던 여인들, 이야기들, 사건과 오브젝트, 그리고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피카소의 레거시까지 - 이번 전시는 그 모든 레이어를 함께 담아낸다.


형태는 모두 부서졌는데도 왜 우리는 여전히 피카소의 ‘사람’을 알아볼 수 있을까.

아마도, 우리 인간으로서의 감정은 끝내 깨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Picasso, The Figure> 전시는 5월 31일까지, 루브르 아부다비.







https://www.thenationalnews.com/arts-culture/art-design/2026/01/21/picasso-louvre-abu-dhabi-the-figure-musee-n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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