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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봉낙타 Jan 29. 2024

(약) 20일 동안의 브런치 일일 일글 발행

지금 메일을 찾아보니 작년, 그러니까 2023년 11월 13일에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글을 발행했다.


새해에 들어서도 일주일에 한 번씩 글을 발행하다가 우연히 어떤 브런치 작가님이 3년이었나 5년 동안 매일매일 브런치에 글을 발행했다는 걸 읽었다. 일주일에 한두번 발행하는 것도 엄청난 시간과 생각이 소요되었던 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한 달도 아니고, 일 년도 아닌, 3년에서 5년이라는 기간 동안 매일매일 글을 쓰신 분도 있는데 나도 한번 트라이라도 해보자라는 생각에 일일 일글을 하기 시작했고 지금 거의 20일이 다 되어간다. (어디서 들었더라) 66일을 매일매일 하면 습관이 된다고. 아직 30퍼센트밖에 하지 않았지만 느낀 점, 잘한(것 같은) 점, 그리고 반성도 한번 쭉 적어 봤다.


1

발행 버튼과 브런치 플랫폼 자체에 조금은 익숙해진 듯. 내 글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어디 잘못된 정보나 멍청해 보이는 문장은 없나 등등 수많은 생각에 '발행' 버튼을 누르기가 두려웠다. 지금도 몇 번씩 읽어보고 몇 시간 뒤에 다시 수정하고 발행하긴 하지만 발행 버튼 자체가 겁나지는 않다. 두려움보다는 내 글에 동감할 수 있는 분들께 최대한 많이 닿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2

잘한(것 같은)점은 매일 쓸 큰 주제를 잡아놓은 것. 브런치북 연재 4일, 매거진 3일로 나눠서 그에 맞는 스토리를 하루하루 찾아나가다 보니 그래도 아주 백지장에서 시작하는 기분은 아니다. 매일 써야 할 대주제가 있으니 그 안에서 생각하면 돼서 아이디어 구상에 확실히 도움이 되는 듯. 물론 종종 다른 주제를 쓰고 싶은 날도 있지만 그럴 땐  짧게 써서 작가의 서랍에 놓고, 그 날짜에 해당하는 날 그 짧은 글을 디벨롭시킨다.


3

반성: 조회수, 구독자, 라이킷 넘버에 집착이 생기려고 한다. 소셜미디어병에 걸리려고 하는 듯. 사실 그래서 이 글을 오늘 쓰기로 한 이유도 있다. 네이버블로그도 아닌, 브런치에 글을 쓰려고 했던 목적은 재미있게 글을 쓰면서 다른 작가님들의 좋은 글들도 읽어보기 위해서였다. 다만, 일기가 아닌 이상, 독자를 의식할 수 없게 되니 통계에 있는 넘버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발행'과 친해지기 위해 시작한 일일 일글에 부담이 가고 넘버에 집착이 슬슬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그럼 글쓰기는 왜 시작한 거지?


온라인 플랫폼이 아닌 매일 노트에 펜으로 30분씩 저널을 쓴 지 약 2년 정도가 되었다. 기쁘고 웃겼던 기억들은 기록할 수 있어서 좋았다. 슬프거나 힘들거나 두려울 때 글을 쓰면 파나돌 어드밴스(Panadol Advance) 두 알 정도 먹은 것처럼, 조금 안정이 되고 덜 아팠다.


글이 무언가를 해결해주진 않았지만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 그래도 내 글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건 여전히 불편하고 어색한 일이었다.


겁이 난다는 사실이 겁이 나고 그 겁이 또 겁나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 요조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책에서 본 글에 용기를 얻어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고 글을 공유하기 시작했는데, 두 번째 글의 조회수가 바로 2만을 넘었다.

왜 한국 여자들은 다 날씬해?  (brunch.co.kr)


원래 다 이런 건지 알고리즘인지 찾아봤지만 잘 모르겠다 여전히. 다만, 다음 글부터는 다시 100 이하 두 자릿수 조회수로 정착했는 현실... 어떻게 2만을 넘은 건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한번 등단하고 사라지는 소설가가 되지 않고 롱런하려면 글쓰기를 습관화해야 한다고 했다.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양치하듯이. 양치를 제대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화장실까지 가고 칫솔에 치약을 묻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나한테 맞는 칫솔도, 치약도, 양치하는 시간도 찾을 수 있는 법.


역시 글쓰기는 재미로 하는 것. 나는 재미가 있어야 쓰고, 재미를 느껴야 사는 사람이다. 내 글이 사람을 살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쓰다 보니 적어도 나는 살았다. - 김신회 <나의 누수 일지>

글 쓰는 행위 자체가 너무 진지해져서 보링해지지 않도록 명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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