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출신 예술가, 사모 샬라비 (Samo Shalaby)의 꿈
그러니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멸망을 향해가고 있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 환경오염뿐 아니라, 바이러스, 전쟁까지. 46일 만에 휴전 합의를 하고 지금 4일째 휴전 중인 팔레스타인의 가자 지구는 그 상황이 석기시대로 돌아갔다고 한다. 뉴욕 타임즈에서, 가자 지구의 한 남자의 하루를 취재했는데, 그의 아침은 마실 물을 찾아 돌아다니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함께 사는 20여 명의 가족과 친척이 먹을 음식, 또 조리를 위한 불을 직접 피는 것까지. 21세기라고는 믿을 수 없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팔레스타인 전부가 이런 상황은 아니지만,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로, 땅을 잃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70여 년이 넘게 정신적으로, 또 육체적으로 대체로 힘들게 지내왔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출신 예술가들은 주변 이집트, 요르단, 아랍에미레이트 등의 중동 지역뿐 아니라, 유럽, 미국 등지에서 작업을 하며 고국에 대한 그리움, 고국 민들의 고통과 슬픔을 예술로 보여주고 있다.
제15회 아부다비 아트페어의 <그 밑에 숨겨진 이야기>
지난주, 아부다비 아트페어에서 사모 샬라비의 스페셜 부스가 오픈했다. 다른 갤러리 부스의 오픈 형식이 아닌, '귀신의 집'(혹은, 요즘 유행하는 이스케이프 룸) 같은 작은 입구의 부스로 들어가야 했다. 부스는 빨간색 벨벳 패브릭으로 커버되어 있었다. 팬시 하면서도 음침한 기운이 느껴지는, 마치 드라큘라 백작이 살 것만 같은 공간처럼 보였다.
입구로 들어가면 다른 집들처럼, 가족사진 같은 클래식 스타일의 작은 액자들에 얼굴이 아닌, 눈만 있는 사진 같은 구상화가 걸려있었다. 한 벽마다 20여 개의 작은 액자들이 양쪽 벽면에 걸려 있었는데, 솔리드 한 벽이 아닌, 레드 패브릭 위에 걸려 있어서 방문객들이 움직일 때마다, 이 액자들이 움직여 마치 눈들이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이 스푸키 했다.
안으로 들어가면, 화려했던 대영제국의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장식품 같은 대형 액자들이 걸려있고, 그 안에는 보통 있을 법한 귀족의 초상화나 가족사진이 아닌, 현실인 듯 아닌 듯한 신화 같은, 꿈같은 장면들이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었다. 불멸의 귀족인 드라큘라의 삶처럼, 겉으로는 팬시 하지만 그 안에는 혼돈과 그늘, 슬픔이 바로 이 전시의 주제였다 - 그 밑에 숨겨진 이야기 (What Lies Beneath)
디아스포라 예술
사모 샬라비는 두바이와 런던에서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는 팔레스타일 출신, 이집트인으로 어렸을 때부터 뭐든 그리고 만들기를 좋아했던 타고난 아티스트다. 1999년생인 그는, 부모가 이스라엘에게 땅을 빼앗긴 후, 이집트로 망명. 평생 디아스포라 인생을 살아왔다. 조국인 팔레스타인을 떠나 평생을, 또 후대에도, 또 지난주에도, 지금 오늘까지 이어져온 ‘한’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인생이 그의 작업의 주된 주제다.
올해 8월에 영국의 문화예술 잡지인 ‘Something Curated’에서 사모 샬라비의 레지던시 작업 관련 인터뷰 기사를 보고 그를 팔로우하기 시작했다. 레지던시는 세상에 존재하는 천국 같다는 케이맨제도는 카리브해에 있는 영국령 섬에서 진행되었다.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에서 작업한 그의 영상, 포토 작업은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홀로 싸워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처럼.
수잔 손택의 <타인의 고통>에서 언급한 것처럼 오늘날 우리는 타인의 고통까지 디지털 콘텐츠로 만들어 ‘죽음과 파괴의 모습을 가정의 코앞까지’까지 가져오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클릭, 또는 손가락의 스크롤 한 번으로 몇 초 만에 추수감사절 패밀리디너의 웃는 모습도 본다.
다채로운 재료를 통한, 사모 샬라비의 작업들은 세련되고 힙한 요즘 브랜드 같으면서도, 격조 있는 스토리와 확실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가상과 현실 사이에서, 멸망을 향해 가는 지구에서도, 농담을 잊지 않는 ‘인류애’를 가진 휴먼으로 살아가라고. 로봇, AI랑은 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