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키의 이어오브래빗 2023
구정을 쇠는 나라로는, 한국,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정도로 알고 있다. 그래서 오늘같이 한해의 마지막 날을 보내고, 또 새해를 맞이하면서 해피뉴이어를 외치는 '더레스트오브 더월드 (The rest of the world)'와 나는 약간은 다른 시공간에 있는 느낌이다.
일단 캘린더의 연도가 바뀌니, 인사는 데면데면 주고받지만, 띠가 바뀌지 않은 시간이니, 신정과 구정 사이의 시간은 나에게는 아직 온전히 새해는 아니다.
오늘, 아니 어제는 (쓰면서 새해가 밝았다 ㅎ) 새해 인사는 하지만, 메시지를 보내면서 첨부하는 사진에는 용도 없고 토끼도 없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는 영어로 직역이 충분히 되지 않는, 복이 들어간 인사를 하기는 쑥스럽고 어색했다.
매년 이 신정과 구정 사이의 기간은 나한테는 미묘하면서도 신비한 시간이다. 분명 캘린더의 해가 바뀌긴 했지만 구정 때가 아직 오지 않아, 지난해를 보내지는 못하고 새로운 해를 기다리는 기분이랄까?
이별을 한 번에 차갑게 못하고, 한두 달 시간을 두고 꼬물꼬물 보내려 했던 걸까?
왜 우리는 달의 시간을 따르기로 한 걸까?
해보다는 달에게서 신비한 기운을 느낀 걸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에선, 다른 세상으로 엔터 한 걸 두 개의 달이 보이면서 확인하였다. 덴고와 아오마메는 달을 통해서 서로를 생각하고 있으며, 같은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덴고가 걸프렌드와 하는 대화에서도 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자기, 영어의 lunatic(루나틱)하고 insane(인세인)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 그녀가 물었다.
"둘 다 정신에 이상을 일으킨다는 형용사지. 자세한 차이까지 는 모르겠어."
"insane은 아마 천성적으로 머리에 문제가 있는 것.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는 거야. 그에 비해 lunatic은 달에 의 해, 즉 luna에 의해 일시적으로 정신을 빼앗긴 것. 19세기의 영 국에서는 lunatic이라고 판정받은 사람은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그 죄를 한 등급 감해줬어. 그 사람의 책임이라기보다 달빛에 홀렸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런 법률이 실 제로 존재했어. 즉 달이 인간의 정신을 어긋나게 한다는 걸 법률 적으로도 인정했던 거야."
그래서 무서운 달한테 소원도 빌고, 달의 스케줄에 맞춰서 새해도 맞이하게 된 걸까?
어렸을 땐 달력에도 없고 매년 조금씩 달라 정확하지도 않은 음력 날짜에 따라 생일도, 또 명절도 쇠는 한국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제는 이런 음력이 좋다. 어딘가 신비롭고, 어딘가 특별한 다른 세상 같다. 현실이 아닌, 꿈의 세계도 아니고, 너무 밝기만 하지도 않으니 디스토피아적이라 사실 더 현실적이고 솔직하다.
홍콩 베이스의 말레이시아 출신 아티스트인 Kongkee(콩키, b. 1977)라는 아티스트를 우연히 알게 되었고 2023년 말일에 2023년 초에 그가 작업한 토끼띠 뉴이어의 작품을 찾았다. 싸이버펑크틱한 이 작품을 그의 인스타그램에 포스팅한 날짜도 1월 1일이 아닌, 1월 21일, 2023년 구정 바로 전날이었다.
'사이버 펑크 세상'하면 떠오르는 대표 공간이 홍콩이다. 사이버 펑크 세상은 자고로, 인구밀집도가 높은 도시가 배경으로, 빈부 격차가 심하고, 과거의 레트로와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공존한다. 콩키의 위 작품은 사이버펑크 스타일을 조목조목 다 갖추고 있었고, 해쉬태그 역시 #kongkeecyberpunk (콩키사이버펑크)였다. 콩키의 갑진년 청룡 아트워크가 기다려진다! (인스타그램 계정은, Kongkee 江記 (@fatboykongkee) • Instagram photos and videos)
한 달 정도 후에는, 12년 후에나 만날 토끼해가 훌훌 지나간다. 12년 전 2011년 토끼해도, 지금의 토끼해도 다 잊지 못할 정도로 인상 깊었다. 2035년 토끼해가 돌아올 때까지 촘촘히 살아볼 예정이다. 고마웠어 토끼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