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이브겐 코피 고리섹(Evgen Copi Gorisek)

“People smile but inside they are really sad or unhappy or angry, and they're hiding it. Most people in our society, and even I am like this sometimes, find it hard to tell the truth. That is why I keep using the smile.”*

"사람들은 미소 짓고 있지만, 사실은 슬프거나 행복하지 않거나 화가 나있고 그 감정을 숨긴다. 나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대부분 사람들은 종종 진실을 말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나는 이런 미소를 계속 작품에 활용한다."

인스타그램의 매일매일 행복한 모습이 전부가 아니니 속지 말고 우울해하지도 말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다. 슬프고 아픈 현실보다는 남에게 자랑하고 싶은 순간을 자랑하면서 보는 사람 배 아프게 하는 인스타그램의 속셈을 알면서도 우리는 그것을 수시로 들여다보며 배 아파한다.

아트 페어에 가는 길에 막히는 차 안에서 투덜거리고 주차비 폭탄을 맞아 짜증 나고 약속 시간을 당일 아침 변경한 친구까지, 화가 나는 수많은 사건들은 인스타그램에 없다. 거기에는 희로애락 중, 희와 락만 있는 세상이다. 이상하고 말도 안 되지만 그래도 속고 본다. 희와 락만 기억하고 싶은 걸까? 남에게 부러움을 사기 위한 걸까?

인스타그램에서 보이는 화려하고 행복한 모습 뒤의 삶에서는 나는 어떤 표정을 하고 살고 있는 걸까? 이브겐 코피 고리섹(Evgen Copi Gorisek)은 디지털 세상에서 우리의 초상화를 그린다. 알 수 없는 인간의 표정을 알 수 없게 그린다.

3D 스러운 아주 현실적인 몸과 배경과는 대조되는 얼굴은 선명하지도 않고, 입은 분명 미소 짓고 있는데 진정한 기쁨처럼 보이지 않는다. 유행하는 패션, 스포츠, 럭서리한 라이프 스타일은 인스타그램의 인플루언서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가장 힙한 패션브랜드를 장착하고 즐겁게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의 작품들은 인스타그램의 피드를 보는 것만 같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다는 작가는 운동하는 모습의 작품들도 많다. 인플루언서들의 삶이 정말 신나기만 할 것인가, 생각해보게 한다. 각종 브랜드, 미디어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항상 밝고 행복한 모습으로 온라인에 나타나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은 사람들과 그들의 미소.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1994년 생인 이브겐 코피 고리섹(Evgen Copi Gorisek)은 체코 옆에 있는 슬로바키아 출신으로 현재는 베를린에서 작업 활동을 하고 있다. 일본 팝아티스트 타카시 무라카미(Takashi Murakami)와 미국의 패션디자이너였던 버질 아블로(Virgil Abloh)도 그의 팬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더욱 유명해졌다.

작품 속 인물은 에어브러쉬를 사용하여 사진같은 3D 이미지를 연출하고 배경은 오일 스틱으로 채워서 플랫한 2D 배경을 표현한 대조적 느낌을 전달한다. 실체와 가짜, 디지털 세상과 현실, 진실과 허위의 차이를 작품 재료를 통해서도 표한하고자 한 듯.

이렇게 완벽해 보이는 인생의 상황에서 기묘한 얼굴 표정으로, 이 세상에 완벽한 인생이란 없으니 부질없는 열망을 쫓느라 마음 상하지 말라고 알려주려고 한 게 아닐까?

@AVANT AR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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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베이스의 문화, 패션, 라이프스타일 미디어 브랜드인 하이스노바이어티 (Highsnobiety)와의 인터뷰 중. Evgen Čopi Gorišek Is the Virgil-Approved Artist You Need to Know (highsnobiety.com)

*모든 이미지는 ARTSY와 인스타그램 (Evgen Čopi Gorišek (@evgencopigorisek) • Instagram photos and videos)에서 다운로드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