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프 클림트
“엄마는 두바이에서 운전을 십 년 넘게 하고도 아직도 길을 헤매냐?”
“엄마는 드림카가 뭐야?”
“(난 자동차는 큰 관심 없고, 너한테 돈 다 썼다 이 지지배야!) 드림카 같은 건 없고, 난 드라이버가 있으면 좋겠어. 운전하기 피곤해. “
최근 13살짜리 딸과의 대화. 올해 만으로 14가 되니까, 한국에선 중2인 듯. 징징대고 껌딱지처럼 달라붙던 아이가 어른처럼 말하게 되는 게 사춘기인 건가. 내 사춘기는 당사자였어서 기억이 없다. 다만, 나도 이랬다면 엄마한테 너무 미안하고 창피하다. 요즘 품 안의 자식이라는 말을 몸으로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내가 뭘 잘못했나 싶기도 했지만, 한 달 정도 겪고 나니 이것도 조금 적응이 된다. 상처받고 속상하고, 아기 때가 그리워 슬펐지만, 지금은 그러려니 하거나 그래 너 잘랐다! 하고 만다. 슬프다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내 자식의 귀여웠던 아기 시절. 아이들이 빨리 커서 독립했으면 좋겠다고 할 때마다 친한 언니들은 시간 금방 가니 즐기라고 했지만 무슨 말인지 몰랐다. 직접 느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이 감정과 상황은, 어색하다.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모든 게 낯설고 어려웠다, 아니 여전히 어렵다.
그러니까 엄마는 항상 무언가에 대한 ‘희망‘을 갖고 살고 있다. 아이들이 뱃속에 있을 때부터, 예쁘고 건강한 아이를 만나길 바라고, 함께 즐겁고 행복한 인생을 만들어가길 기대하고. 죽어서 헤어지는 날까지, 인생에 희망을 갖게 해 주는 게, 아이다. 엄마라는 한 인간에게는.
쿠스타프 클림트는, 이런 여성, 엄마로서의 여성에 대한 탐구와 관찰을 한 작업을 했다. 클림트의 작품 세계는 여성을 빼놓고 논할 수 없는데, 삶과 죽음에 대한 그의 생각을, 엄마로서의 여성을 통해 묘사한 작품들이 꽤 있다. <Death and Life>에서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 주변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까지, 다양하고 다이내믹한 삶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아이의 탄생 이전에는, 절대 예상 불가능한 일들과 관계 속에서, 삶은 상상을 초월하게 다채로워진다. 적어도 나의 지난 13년은 그랬다. 생전 처음 가보는 곳을 수도 없이 가봐야 했고, 그전 30년 동안 한 번도 만나지 않았던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새로움, 두려움 속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들의 안전과 안정이었다. 그걸 지키기 위해, 항상 노력해오고 있다. 이제야 진정으로 내 엄마한테 고맙고 미안하다.
얼마 전에 친한 후배가 결혼은 꼭 해보고 싶은데, 괜찮은 남자를 만나기가 어렵다며 하소연을 했다. 내 생각에는 결혼은 모르겠지만, 아이가 없는 삶을 살다가 이 세상을 떠난다면, 왠지 이 세상의 반정도만 경험하고 떠나는 게 될 것 같다고. 아이가 있다는 건, 전혀 다른 세상이라고. 그동안 살던 세상과는 완벽하게 다른 세상이라 알려줬다.
클림트는 평생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그의 뮤즈 에밀리와 수많은 여성들의 초상화 작업을 통해 여성들의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은 사랑과 관심이 있었다.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외롭고 슬픈 그의 작품들이, 유난히도 마음에 와닿는다. 클림트의 작품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벨베데르 뮤지엄에도 다녀왔는데 그때는 잘 몰랐다. 반짝반짝 빛나는 클림트 작품 속 여성들의 슬픈 모습을, 외로운 그 마음을. 사춘기의 비호감 딸이지만, 그래도 딸이 있으니, 우리 엄마 인생도 공감이 가고 클림트의 작품들도 이해할 수 있으니, 그래도 다행이다. 앞으로도 잘해보자고 또 희망을 갖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