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봉낙타 Jun 20. 2024

루브르 아부다비에서 춤을.

페기구(Peggy Gou)

페기구(Peggy Gou)가 아부다비에 왔다.


그냥 아부다비가 아닌, 루브르 박물관에서 공연을 하러 왔다. 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은 서울 리움 박물관을 설계한 세명의 건축가 중 한 명인, 장누벨(Jean Nouvel)이 디자인하였고 루브르 박물관의 첫 해외 지점이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은 그 면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박물관이자, 38,000개 이상의 예술 작품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박물관이다. 그 박물관이 왜 아부다비에 브랜치를 오픈하는 걸까? 아부다비가 문화예술적으로 그럴만한 곳인가? 프랑스가 경제가 어려워 예술작품으로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일까? 수많은 억측들과 함께, 프랑스 디자인과 아랍 유산을 접목시킨 빌딩에 겉만 번지르르하고 내용물은 볼 것 없는 쇼오프/ 자랑질하려고 만든 것이라는 둥, 오픈 전부터 말이 많았다.


직접 보고 해 봐야 믿는 나는, 2017년 11월 오픈부터 몇 번이고 방문했다. 역사와 콜렉션으로는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과는 비교도 할 수도 없지만, 에메랄드 빛의 아라비안 해를 끼고, 물과 빛과 하늘이 박물관 안으로 맺히게 만든 건축물은 갈 때마다 묘하게 포근하고 좋았다.


“A welcoming world serenely combining light and shadow, reflection and calm. It aims to belong to a country, to its history, to its geography – without being a simple interpretation. And emphasise a fascination with unusual discoveries.”


장누벨이 한 말이다; 빛과 그림자, 반사와 안정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세상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그저 한 건물이 아닌, 이 나라와 역사와 공간에 일부분이 되기 위해서, 또 새로운 발견으로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프랑스와 아랍에미리트에 큰 이벤트가 된 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은 상설 전시관뿐 아니라, 다양한 기획 전시, 워크샵, 클래식 공연들을 해왔다. 그런데 올해 4월에 하우스, 테크노 뮤직 아티스트 한국인 DJ 페기구가 공연을 한다니, 놀라웠다. DJ 공연에 술 없이 공연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궁금했고.


참고로, 아부다비는 내가 사는 두바이보다는 훨씬 보수적이다. 아랍에미리트의 수도로 두바이보다는 거주민의 에마라티(Emiriti, 아랍에미리트 로컬 사람들)의 비율이 높고 그래서 이슬람의 율법이 여러모로 더 엄격하게 적용된다. 그리고 이슬람은 (공식적으로는) 술을 마시면 안 되니, 정부에서 운영하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DJ 공연을 하고 술은 팔지 않겠다고?


호기심과 기대감을 안고 토요일 저녁 페기구의 공연을 보러 약 한 시간 반을 달려 아부다비의 루브르 박물관으로 갔다. 입구에서 소지품 검사를 하고 들어가니,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이동식 화장실들과 술을 살 수 있는 BAR.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파티 컨셉인 MASQUERAVE에 맞춘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더 큰 BAR.


아랍에미리트에서는 호텔이 아니면 술을 팔 수 없고, 알코올 샵에 가서 술을 개인적으로 사려고 해도 알코올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술을 살 수 있다. 아니면, 한 시간 반 이상 운전해야만 갈 수 있는 다른 토후국(Emirate)인 라셀카이마(Ras Al Khaimah)에 가야 술을 살 수 있다. 여하튼, 호텔도 아닌 박물관, 거기에 아부다비에 있는 박물관에서 술을 팔다니! 아랍에미리트에 오래 사니 별일이 다 있네 하면서 즐겁게 한두 잔 보드카를 마시며 친구들과 페기구 공연 전 다른 DJ들 공연을 보고 있었다.


바닷가에 있는 루브르 박물관의 반 야외 광장에서 일렉트로 음악을 들으며 참, 아랍에미리트가 많이 개방적이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분위기에 슬슬 취하고 있었는데 딱 12시 미드나잇이 되자 페기구 등장.


루브르 박물관 외벽과 페기구의 스테이션 뒤로 보이는 프로젝션 영상이 참으로 멋졌다. 빈티지 애니메이션과 팝아트 중간쯤에 있는 컨셉과 컬러들, 그리고 중간중간 나오는 한국어 글자들. 그리고 이쪽저쪽에서 외국인들이 흔드는 태극기까지. 일단 시각적으로 너무 묘하게 국뽕이 차올랐다. 거기에 음악은 (미안하지만) 그전 DJ들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뛰어났고, 페기구의 자신감 넘치는 퍼포먼스 역시! 이래서 월드스타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렉트로, 하우스 뮤직은 잘 모르지만, 어쨌든 클래식이나 팝뮤직 같은 주류는 아닌 음악 장르였을텐데, 하고 싶은 일을 끝까지 고집해서 이렇게 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에서 공연을 해내는 페기구를 보며 나도 더 열심히 살고 싶어졌다. 핑계 대지 말고 고집스럽게, 끈기 있게, 계속 꾸준히 할 수 있는 정신력과 패기를 한번 가져보자고.


최근에, 페기구는 테이트 모던의 날씨 프로젝트 (The Weather Project at the Tate Modern)로 유명한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과도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인지적, 문화적으로 새로운 인싸이트를 작품화하는 올라퍼 엘리아슨의 춤은 알려지지 않았었는데, 이번 페기구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서 '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다.


“Dance is transformative! It bends and reshapes our relationship with time and space.”


"춤은 변화무쌍합니다! 춤은 우리와 시공간의 관계를 구부리고 재구성합니다." 올라퍼 엘리아슨은 움직이면 공간을 바꿀 수 있다고 하면서 춤에 관련 이야기를 하였다. 사실 다음 글에서는 춤에 대한 재해석을 한 이집트 아티스트를 소개하려고 계획 중이었다. 그동안 아래 유튜브 링크에서 페기구와 올라퍼 엘리아슨의 뮤직비디오 1+1=11을 보면서 춤에 대한 생각을 한번 해보시길 ^^


https://youtu.be/qTSadqfWeDw?si=g1HxX2ZMGfjEw4or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하는 일을 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