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도 모로스 (Brando Moros) 셰프
"When it comes to cooking, you have to be comfortable with risk. You need to step out of your comfort zone, have an open mind and take a change."
"요리를 할 때에는 위험을 감수할 줄 알아야 합니다. 안전지대에서 벗어나 열린 마음으로 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 브랜도 모로스 (Brando Moros)
한국에서는 한참 오마카세가 유행이었다면 두바이에서는 서퍼클럽(Supper Club)이 유행이다. 다만, '서퍼'라는 단어 자체는 캐주얼한 저녁식사인데 두바이에서는 'Invitation Only, 초대받은 사람만' 참석 가능한 프라이빗한 저녁 식사로 꽤 팬시하게 호텔에서 시작되었다.
수요가 많아지니 개인 레스토랑에서도 이름 있는 셰프를 초청해서 다양한 컨셉으로 서퍼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우연한 기회로 한 서퍼클럽에 초대돼서 참석했는데 디너의 컨셉이 'Japanese Southern American flavors, 일본식 남미의 맛'이라고 했다. 퓨전보다는 지역의 정통 음식들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사실 익싸이팅하지는 않았다.
콜롬비아 출신의 셰프도 셀프 마케팅을 잘하는 여느 인플루언서 같았다. 사실 제대로 리써치는 해보지는 않았지만 그저 인스타그램 프로필이 그런 바이브를 강하게 풍겼다고나 할까.
카페 겸 갤러리에서의 서퍼클럽은 벽에는 미술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조각 작품과 큰 벽에는 3D 프로젝션 영상을 플레이하고 있었다. 메뉴판 글씨도 핸드폰 라이팅을 켜어야지만 보이는 어두컴컴한 세팅. 프로젝션 영상은 명상과 불을 주제로 붓다도 나왔다가 자연 풍경으로 바뀌고 또 불이 활활 타오르는 장면이 반복되었다. 레이브 음악과 함께 묘하고 몽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12코스 식사였는데, 아랍식의 후무스부터 참치, 연어, 농어, 와규비프, 비트루트, 유자, 미소된장, 고추장까지 남미부터 아랍, 아시아까지 여러 재료들을 활용해 요리를 만들었다. 각 요리의 이름도 붓다의 한입, 와규 마끼롤, 커피맛 스테이크, 스페인식 카우보이 등등 살짝 언발랜스한 조합의 리스트였다.
마치 예술작품에 타이틀을 짓듯이 요리 하나하나에 자기만의 이름을 만들고 메뉴판도 '불'을 컨셉으로 영상과 어울리게 끝을 불로 그을리는 디테일까지 신경 쓴 흔적이 확실히 보였다.
(일본, 한국 풍의 씨푸드 플레이트도 세개 정도 있었는데 먹느라 사진은 너무 후다닥 대충 찍어놨네?)
세 시간이 넘는 저녁 식사가 끝나고 브랜도 셰프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보통 (유명한) 셰프들은 피드백, 특히 아쉬운 점이나 개선 방향 같은 의견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런데 세상 쎄 보이는 브랜도는 우리 이야기를 하나하나 귀담아들으면서 피드백도 정말 고맙고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였다.
이번 서퍼클럽에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기 위해서 솔직히 이틀 전에 새롭게 고안해 낸 메뉴들이라며 하루 반 만에 재료 수급하고 플레이팅 아이디어 짜고 준비하느라 팀 멤버들과 엄청 정신이 없었다고 한다. 브랜도 외에 보조 셰프들이 4명이 더 있었다.
큰 눈을 깜빡깜빡하면서 다음에는 3D 영상 콘텐츠와 음악도 각각 메뉴에 맞게 제작하고 싶고 손님들과도 조금 더 친해지기 위해서 작업 테이블과 다이닝 테이블의 레이아웃도 변경해야 할 것 같다고 하였다.
그는 그냥 식사를 준비하는 셰프가 아닌, 아티스트였다. 3시간 넘는 시간 동안 퍼포먼스 아트를 하는.
집에 와서 열심히 브랜도에 대해서 찾아봤다. 역시나... 피는 속이지 못하는 법. 아버지가 가수, 화가 등 여러 장르의 예술가였고 그를 보고 자란 브랜도는 예술가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여기며 살아왔다. 우연한 기회에 할머니들이 일하는 음식점에서 정성스레 하나하나 음식을 만드는 할머니들을 보고 감명받아 요리를 공부하였다.
경제사정이 녹녹하지 않은 콜롬비아에서는 미래가 없어 보였다. 브랜도는 우연한 친구의 추천으로 두바이로 오게 되었지만 영어 한마디도 못하는 그는 ABCD부터 전부 배우며 아랍 레스토랑에서 웨이터로도 일하면서 최대한 F&B 산업 분야에 머물렀다.
두바이에 처음 도착했을 때 수중에는 38 디람, 한국돈으로 만원 정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가 사랑하는 요리를 하기 위해 언어도, 인생도 전부 다시 시작했고 쉬지 않고 계속해왔다.
"Do what you love to do"
"사랑하는 일을 하세요." 진부한 말인 것 같지만 십여 년 넘게 두바이 요식업에서 유명해진 브랜도는 지금도 자기가 만든 음식을 사람들이 맛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브랜도에게 요리는 자기 내면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마치 자신의 인생처럼, 실패도 많이 하지만 그래도 새로운 것, 다양하고 풍부한 맛을 표현하기 위하여 항상 노력한다고 한다. 그래서 생소한 한국, 일본의 재료들도 일일이 연구하며 일단 트라이해본다고 한다. 머나먼 콜롬비아에서 온 브랜도한테서 든든한 나무같은, 특히 대나무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맑고 절개가 굳으며 마음을 비우고 천지의 도를 행하는 바르고 삶에 진심인.
*브랜도 모로스 셰프의 인스타그램: B R A N D O M O R O S (@chefbrandomoros) • Instagram photos and videos
*인터뷰 및 짧은 다큐멘터리 <불과 연기의 유혹: 브랜도 모로스 셰프, A Seduction of Fire and Smoke : Chef Brando Moros>: https://youtu.be/dNzZVWZwltQ?si=Nf1w4Pl4dlxQo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