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혼이 몸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을 수 있을까?
하프마라톤을 목표로 얼마 전부터 슬슬, 이틀에 한번 꼴로 달리기를 하고 있다. 혼자 달리기를 하면서 내 머릿속 모습이 소파에 앉아 있을 때와는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문뜩 크리에이티브한 생각이 떠오르기도 하고, 하루종일 꼬여있던 일들이 딱딱 정리가 되기도 하니. 숨은 차고 다리도 아프지만은 머리와 가슴은 쏴하게 시원한 기분이 들곤 한다.
혼자 달릴 때는, 팟캐스트나 오디오북을 종종 듣는다. 심박수가 올라가고 몸이 힘들어지면 상상력이 액티브해지는 건 착각일까? 그러면 심박수와 나의 뇌 사이에 어떠한 관계가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몸을 움직이면서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 흡수력도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건가?
그러니까 아이디어나 새로운 개념을 효과적으로 흡수시키려면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게 더 나은 방법일 수 있다. 책상에 앉아서 일하는 오피스 환경은 아주 비이상적. 체육시간이나 그 비슷한 액티비티 시간이나 공간을 근무 환경에 포함시킨다면 묘하게 효율적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아주 작은 차이라도 차이는 차이니까.
어젯밤에는 달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트페어나 박물관 전시에 어떤 형태의 피트니스 무브먼트를 포함시킨다면 어떨까? 달리기가 아니더라도, 댄싱, 점프, 런지, 윗몸일으키기, 혹은 스트레칭이라도. 물론 이를 위해 방문객의 복장도 달라져야 할 것이고. 움직이지 않는 작품들 대신, 관람객이 움직인다면 무언가 다른 경험과 영감이 될 것이다. 가만히 서서 응시하는 게 아닌, 아이들처럼 움직이면서 작품을 관람하는 전시, 재미있겠다!
어쨌든 지금까지 달리기를 멈추지 않아서 행복하다. 그 이유는 그동안 내가 쓴 소설이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소설을 쓸지도 기대된다. 나는 불완전하고 불안한 삶을 사는 작가이기 때문에 아직도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큰 성취이다. 기적이라 부르는 게 과장된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이렇게 느끼고 있다. 그리고 매일 달리는 것이 이런 성취를 이루는데 도움이 된다면 나는 달리기에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사람들은 가끔 매일 달리는 사람들을 비웃으며 오래 살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거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달리기를 하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러너들은 오래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삶을 최대한 즐기고 싶어서 달린다. 인생을 살아가며 안갯속에서 헤매는 것보다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온전히 살아내는 것이 훨씬 낫고, 달리기가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한계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바로 달리기의 본질이자 인생에 대한 은유이며 나에게는 글쓰기도 동일하다. 많은 러너들이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내가 말하는 것>**
In any event, I’m happy I haven’t stopped running all these years. The reason is, I like the novels I’ve written. And I’m really looking forward to seeing what kind of novel I’ll produce next. Since I’m a writer with limits — an imperfect person living an imperfect, limited life — the fact that I can still feel this way is a real accomplishment. Calling it a miracle might be an exaggeration, but I really do feel this way. And if running every day helps me accomplish this, then I’m very grateful to running.
People sometimes sneer at those who run every day, claiming they’ll go to any length to live longer. But I don’t think that’s the reason most people run. Most runners run not because they want to live longer, but because they want to live life to the fullest. If you’re going to while away the years, it’s far better to live them with clear goals and fully alive than in a fog, and I believe running helps you do that. Exerting yourself to the fullest within your individual limits: that’s the essence of running, and a metaphor for life — and for me, for writing as well. I believe many runners would agree.
Murakami, Haruki.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
*https://www.tate.org.uk/whats-on/tate-liverpool/physique-of-consciousness
**영어본을 필자가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