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은이빨 원숭이

by 정물루

키오코는 자신의 삶이 특별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도쿄에서 태어나 작은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며, 매일 같은 전철을 타고, 같은 거리의 편의점에서 커피를 사고, 같은 책상에서 원고를 고쳤다.

그날도 평범한 하루였다. 퇴근 후, 단골 치과에 들렀다. 어금니가 시린 느낌이 몇 달째 계속됐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야시 치과는 작은 개인 병원이었다. 오래된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그곳은, 인테리어도 낡았지만 이상하게도 키오코는 이곳을 편안하게 느꼈다.

“오랜만이네요, 키오코 씨.”

치과의사 하야시는 반갑게 인사하며 그녀를 치료용 의자에 앉혔다. 하지만 이를 들여다보기 전에, 그는 갑자기 작은 해골 하나를 꺼냈다.

“이거 좀 이상하지 않아요?”

원숭이 해골이었다. 하지만 앞니 두 개가 금속으로 덮여 있었다. 오래된 유물 같은데, 치아만 현대적인 크라운처럼 빛났다.

“이걸 어디서 구했어요?”

“어제 어떤 환자가 가져왔어요. 근데 기록이 없어요. 이름도 주소도 다 가짜였어.”

하야시는 미스터리를 즐기는 듯 보였지만, 키오코는 왠지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오래된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유물이 너무나도 생생한 느낌이었다.

그날 밤, 키오코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누군가 그녀의 입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차가운 손가락이 앞니를 두드렸다. 기묘한 압력이 가해질 때마다, 온몸이 오싹해졌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입안에 금속 맛이 남아 있었다.


아침, 세수를 하다가 거울을 본 키오코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앞니가 은빛이었다.

손가락으로 만져보았다. 아무런 통증도 없었고, 감각도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자신의 치아가 아니었다.

출근길, 사람들의 시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편의점 점원이 그녀를 한 번 더 쳐다보았고, 회사에서도 동료들이 어딘가 불편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키오코 씨… 뭔가 달라 보이네요.”

그녀는 가벼운 미소로 넘겼지만, 아무도 함께 웃지 않았다.

그날 밤, 다시 꿈을 꾸었다.

거울 앞에 서 있었다. 거울 속 자신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 미소가 어딘가 이상했다.

거울 속의 그녀는 입을 천천히 벌렸다. 은빛 앞니가 번쩍였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입이 점점 더 크게 벌어지며 송곳니가 길어졌다. 얼굴 윤곽도 낯설어졌다.

그리고 순간, 거울 속의 ‘그것’이 몸을 기울였다.

마치 거울 밖으로 나오려는 듯.

키오코는 숨을 몰아쉬며 눈을 떴다.


며칠이 지나자, 앞니뿐만 아니라 송곳니도 변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거리에서 자신과 같은 이빨을 가진 사람들을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그녀를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날 이후, 키오코는 더 이상 거울을 보지 않았다.

그녀는 알게 되었다.

이것은 단순한 신체 변화가 아니었다.

치아가 낡으면 크라운을 씌우고, 더 이상 쓸 수 없으면 임플란트를 한다. 오래된 것은 대체되고, 효율성이 좋은 것으로 바뀐다.

그녀의 몸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낡은 상점이 사라지고 대형 체인점이 들어서듯, 도시의 거리가 동일한 간판으로 뒤덮이듯, 개성 있는 골목이 점점 표준화되듯.

그녀도 변하고 있었다.

자신이 더 이상 개별적인 존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느 날, 하야시 치과는 사라졌다.

그 자리에 있던 건물은 똑같았지만, 간판이 없었다. 내부는 텅 비어 있었고, 기록에도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뒤, 키오코는 꿈속에서 또다시 차가운 손가락이 이를 건드리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엔, 그녀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차례였다.


*이 이야기는 픽션이며, 특정한 예술 작품이나 예술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photo_2025-02-09_19-25-51.jpg Death Investment — Macaque Monkey (Macaca Mulatta), 2014–2023/ Raed Yassin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데일리 체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