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축가 이야기
언제부턴가 축가가 빠지면 허전할 정도로 축가는 식순의 중요한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신랑 신부의 친구나 가족 등 지인이 신랑 신부를 바라보며 멋지게 축가를 부르고, 하객들은 박수를 보낸다. 가끔 노래 실력이 조금 부족한 사람도 있지만, 축하의 마음을 담아 열심히 부르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모두가 한마음으로 박자를 맞춰주고, 응원해준다.
하지만 항상 선곡에 의문이 들었다. 한두 번의 결혼식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 그랬고, 아마 앞으로 참석할 결혼식에서도 같은 의문을 가지게 될 것 같다.
"이게 축가야, 고백이야?"
축가(祝歌)는 말 그대로 축하하기 위해 부르는 노래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랑 노래를 들려주며 축하하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 건 아니다. 메시지가 아니라 노래 자체가 축하의 수단이 되는 거니까. 하지만 아무래도 가사를 아는 노래를 들으면 가사를 떠올리게 된다.
축가로 선곡되고 있는 곡들의 가사를 보면 대부분 사랑 노래다. 널 사랑한다, 내가 널 이만큼 좋아한다, 너 없으면 안 된다, 나랑 결혼해달라, 널 사랑하는 이유 오만오천오백오십오가지... 이런 노래를 제3자가 신랑 신부를 바라보며 부르는 장면은 수십 번을 봐도 적응이 안 된다. 신랑신부가 마음을 담아 상대방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노래를 부른다면 모를까, 친구가 신랑신부를 바라보며 사랑을 속삭이다니?
그렇다고 축가로 좋은 노래를 추천하자니 좀 막막하긴 하다. 필자가 아는 곡 중에서 결혼을 축하하는 내용의 노래는 세 곡 정도뿐이다.
1. 윤덕원 - 축의금
https://music.bugs.co.kr/track/4411125
2. 스윗소로우 - 좋겠다
https://music.bugs.co.kr/track/2566076
3. 바이브, 포맨, 벤, 임세준, 미(MIIII) - 축가
https://music.bugs.co.kr/track/4319367
축가를 부르며 신랑신부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대참사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이 정도로 결의에 가득 찰 일인가 싶기는 하지만) 일단 필자가 생각해본 방법은 다음과 같다.
결혼이든 생일이든 뭐든 축하하는 내용의 가사로 된 노래를 찾자. 위에서 언급한 세 곡 말고도 충분히 더 많이 있을 것이다. 만약 신랑신부가 원해서 사랑노래를 불러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신랑신부와 맞절하듯 마주 보고 부르지 말고 하객들을 보며 불러보자. 초대가수가 된 것처럼 말이다.
프로불편러인 필자 외에는 아무도 불편하지 않았을 수 있다. 가사가 사랑고백이든 뭐든 간에 친구의 결혼식을 축하하며 정성을 다해 노래를 부른다는 그 사실이 중요하니까. 신나는 노래를 불러서 결혼식 분위기를 띄우는 것도 신랑신부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신랑신부와 마주 보고 신랑신부에게 불러줄 곡이라면, 이왕이면 가사까지 딱 찰떡같이 들어맞는 노래를 부르면 더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