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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변 Oct 09. 2019

[별별불] BTS는 한글이 아니고, 방탄은 한글이다.

10월 9일은 한글날이다.


프로불편러인 필자는 매년 한글날이 다가오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기업, 국가기관, 개인 등 주체를 불문하고 한글과 관련된 이벤트를 하거나 관련 정보들을 쏟아내는데, 한글을 제대로 모르고 작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글한국어를 표기하기 위한 문자다. 나랏말이 당시 사용되던 한자와 맞지 않아 백성들이 불편해 하기에, 글을 통해 서로 쉽게 소통하도록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했다. 그리고 그 훈민정음이 오늘날의 한글이 되었다. 우리가 매일 읽고 쓰는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ㅏ ㅑ, ㅓ, ㅕ 등의 문자가 바로 한글인 것이다. 지금 필자는 한국어를 한글로 쓰고 있다.


찌아찌아족에게 수출한 것은 한국어가 아니라 한글이다. 그들의 '언어'를 표기하기 위한 '문자'로 한글을 가져간 것이다. 한글을 '한국어를 표기하기 위한 문자'라고 했는데, 언젠가는 한국어만을 표기하기 위한 문자가 아닐 수도 있겠다.


이와 달리, 한국어한국인들이 사용하는 언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외국에서 사용하는 외국어와 구별된다. 한국인이 사용하는 언어 한국어에는 고유어(순우리말)뿐만 아니라, 한자어나 외래어도 포함된다.


한글날에 필자가 받는 스트레스는 바로 한글과 한국어를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뜬금없이 한자어나 외래어를 순우리말로 바꾸어 써야 한다고 강조하거나, 로마자(영문자)나 가나(일본어를 표기하기 위한 문자), 또는 특수문자로 한글을 표현하기도 한다. 한글날은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를 기념하기 위한 날이다. 한글 창제를 기념하는 김에 순우리말을 알아보는 것도 물론 좋지만, 한글과 한국어를 혼동해서는 곤란하다.




인스타그램에서 #한글날 해시태그로 잠깐 검색해보니 다음과 같은 사례들이 나온다.


출처: 왼쪽부터 빙그레, 고려은단, 맘스터치 인스타그램


잘못된 사례들이다. 이미 한글로 되어있으므로 한글 이름을 지을 이유가 없다.



출처: 왼쪽부터 코지마, 행정안전부 인스타그램


아쉬운 사례들이다. 한글이 아닌 한국어의 문제다.



출처: 왼쪽부터 투쿨포스쿨, 세븐일레븐 인스타그램


바람직한 사례들이다. 로마자로 되어 있던 패키지를 한글로 표현했고, 손글씨로 한글 문자 자체를 써보게 하는 것이므로 한글날의 취지에 부합한다.




KAKAO BRUNCH는 로마자로 되어 있으므로 한글이 아니다.

하지만 카카오 브런치는 아름다운 우리의 문자 한글이다.


BTS는 한글이 아니고, 방탄소년단은 한자어지만 한글이다.

TWICE는 한글이 아니고, 트와이스는 외국어(영어)지만 한글이다.

たこ焼き는 한글이 아니고, 타코야끼는 외국어(일본어)지만 한글이다.


우산은 한자어지만 한국어고, usan은 한국어지만 로마자다.

슈룹은 우산의 순우리말이며 한국어고, syurup은 한국어지만 로마자다.




매번 한글날만 되면 이런 말을 하지만, 안타깝게도 달라지는 모습이 보이지는 않는다. 아쉬운 마음에 또 브런치에 이렇게 글을 남기지만 아마 내년에도 똑같은 글이 올라올 것이다.


빨간 날 푹 쉬는 것도 좋지만, 10월 9일을 빨갛게 만들어준 '한글'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된다면 참 좋을 것 같다. 적어도 이 글을 읽은 분들만이라도 한글날이라는 이유로 스마트폰을 '손전화'라고 하는 실수를 하지 말자. 노트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스마트폰, 포토샵, 아메리카노, 리소토 모두 한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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