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탁금과 선거비용
'선거는 돈 있는 사람들만 하는 거 아닌가?' 출마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드는 걱정 중 하나다. 실제로 선거에 나가려면 반드시 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구조가 잘 짜여 있어서, 부자들만 선거에 나갈 수 있게 되어 있지는 않다. 어떤 선거에 얼마가 필요한지, 그 돈은 어떻게 마련하는지, 그리고 선거 후에 돌려받을 수 있는지를 하나씩 풀어보자.
후보자로 등록하려면 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금을 납부해야 한다. 금액은 선거마다 다르다.
기초의원 선거가 200만 원으로 가장 진입 문턱이 낮고, 국회의원이 1,500만 원이다. 대통령은 기탁금이 꽤 많이 필요하고, 29세 이하거나 등록 장애인이라면 50% 감액, 30~39세는 30% 감액된다. 다만 이렇게 납부되는 기탁금은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돌려받을 수 있다.
기탁금 반환 기준은 득표율이다. 당선되거나 유효투표의 15% 이상 득표하면 전액 반환되고, 유효투표의 10% 이상 15% 미만 득표하면 50%가 반환된다. 단, 10% 미만 득표하면 반환되지 않고 전액 국가·지자체에 귀속된다. 어느 정도 지지를 받은 후보는 돌려받을 수 있지만, 거의 표를 얻지 못한 후보는 모두 잃게 되는 구조다.
등록 장애인이거나 선거일 현재 39세 이하인 후보자는 납부 기탁금 액수뿐 아니라 반환 기준도 완화된다. 10% 이상 득표하면 전액을, 5% 이상 10% 미만이면 50%를 돌려받는다.
기탁금과 별개로 실제 선거운동에 드는 비용이 있다. 이것을 선거비용이라고 하는데, 법은 각 선거마다 선거비용 제한액을 정해두고 그 안에서만 쓰도록 제한하고 있다. 제한액은 인구수에 따라 달라지므로 선거구마다 다르지만, 국회의원 선거 기준으로 보통 수천만 원 수준이다. 선거비용을 초과 지출하면 처벌을 받고, 선거비용 보전도 받지 못한다.
국가 또는 지자체는 일정 기준 이상 득표한 후보에게 선거비용을 보전해 준다. 후보자가 선거운동에 쓴 돈을 선거 후에 나라에서 돌려주는 것이다. 다만 모든 후보자에게 돌려주지는 않는다. 기탁금 반환 기준과 동일하게, 당선되거나 유효투표의 15% 이상 득표하면 전액 보전, 유효투표의 10% 이상 15% 미만 득표하면 50%가 보전되고, 10% 미만 득표하면 보전되지 않는다.
선거를 치르고 나서 기탁금을 돌려받고 선거비용을 보전받았을 때 그 돈이 그대로 후보자 개인 자산이 되는 건 아니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반환된 기탁금과 보전된 선거비용에서 본인 자산으로 실제 지출한 금액을 빼고 남은 차액은 정해진 곳에 인계해야 한다. 정당 추천 후보자라면 소속 정당에, 무소속 후보자라면 공익법인이나 사회복지시설에 보내야 한다.
단, 국회의원·지방의회의원으로 당선된 경우는 예외다. 이때는 해당 금액을 자신의 정치자금 계좌에 입금해 계속 정치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단, 어디까지나 정치자금으로만 써야 하고 회계보고 의무가 따른다. 개인 재산으로 가져가는 건 어느 경우에도 허용되지 않는다.
선거자금은 어떻게 모으나
당연히 본인 자산을 선거자금으로 쓸 수 있다. 다만 정치자금법에 따라 예비후보자나 후보자는 선관위에 후원회를 등록하고 합법적으로 후원금을 모금할 수도 있다. 후원회는 최소한 예비후보자로는 등록해야 만들 수 있으므로, 후원금으로 선거자금을 조달하려면 예비후보자 등록을 하고 그 단계에서 미리 후원회를 결성하고 모금을 해두어야 한다.
참고로 예비후보자로 등록할 때도 기탁금의 20%를 먼저 납부해야 한다. 이후 후보자로 등록할 때 나머지 80%를 추가 납부하는 구조다. 후원회 없이 바로 후보자로 등록하는 경우라면 기탁금 전액을 본인 자산으로 내야 한다.
※ 정당 공천을 받은 경우 정당에서 일부 지원을 받기도 한다.
후원회를 통해 모을 수 있는 후원금의 한도도 정해져 있다. 이것도 선거마다 다르다. 국회의원 후보자는 1억 5,000만 원, 시·도지사 후보자는 선거비용 제한액의 50%, 시·도의원 후보자는 5,000만 원, 자치구·시·군의원 후보자는 3,000만 원까지만 모을 수 있다.
후원인 한 명이 낼 수 있는 금액도 제한된다. 지자체장·국회의원 후보자에게는 1인당 최대 500만 원, 시·도의원(광역의원) 후보자에게는 200만 원, 자치구·시·군의원(기초의원) 후보자에게는 100만 원까지다. 집회를 통한 모금은 금지되어 있고, 우편·카드·계좌 이체·인터넷 등으로만 받을 수 있다.
금액이 큰지 작은지 판단하는 기준은 모두 다르겠지만, 우리 선거법 제도 자체는 돈이 그렇게 많지 않아도 선거에 나갈 수 있도록 열어두고 있다. 중요한 건 결국 득표율이다. 유효득표의 10%도 득표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기탁금과 선거비용을 전혀 보전받지 못하고 쌩돈을 써야 한다는 점을 참고하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