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의 제한
선거철이 되면 거리 곳곳이 바빠진다. 현수막이 걸리고, 유세차가 돌아다니고, 문자가 날아오고, SNS 피드에 선거 관련 글이 넘쳐난다. 그런데 이 모든 게 아무 때나, 아무 데서나,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선거운동에는 기간이 있고, 장소 제한이 있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을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당선 운동뿐 아니라 낙선 운동도 선거운동이다. 누군가를 찍어달라는 것도, 누군가를 찍지 말라는 것도 같은 규칙을 따른다.
반대로 선거운동이 아닌 것도 명시되어 있다. 단순히 의견을 말하거나 의사를 표시하는 것, 입후보 준비 행위, 통상적인 정당활동, 설날·추석 같은 명절 인사 문자 같은 건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는다. "이번에 누구 어때요?"라는 가벼운 대화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문자는 선거운동이 아니라는 뜻이다.
선거운동은 선거운동기간 동안, 즉 선거기간 개시일부터 선거일 전날까지만 할 수 있다. 대통령선거의 경우 22일, 다른 선거는 13일에 불과하다. 이 기간 전에 하면 사전선거운동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다만 예외도 있어서, 아래 방법들은 선거운동기간이 아니라도 상시 허용된다.
· 문자메시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언제든지 보낼 수 있다. 다만 한꺼번에 20명을 초과하여 보내거나 프로그램으로 수신자를 자동 선택해 보내는 자동 동보통신 방식은 후보자·예비후보자만 할 수 있고, 8회를 넘을 수 없다.
100명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방에 글을 올리는 건 어떨까? 한꺼번에 20명을 초과하는 수신자에게 보내는 것이긴 하지만, 선관위는 이 경우 자동 동보통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주소록에서 20명 이하 그룹을 미리 설정해 그룹별로 문자를 보내는 것도 자동 동보통신이 아니라고 본다.
· 인터넷·SNS·전자우편: 누구든지 언제나 가능하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블로그 모두 포함된다. 단, 전송대행업체를 통한 대량 이메일 발송은 후보자·예비후보자만 할 수 있다. 카카오톡 채널 메시지나 알림톡도 전송대행업체에 위탁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보기 때문에 후보자·예비후보자만 사용 가능하다.
· 전화·말(言): 선거일이 아닌 날이면 가능하다. 다만 확성장치를 쓰거나 옥외집회에서 다중을 상대로 하는 건 안 된다. 전화는 밤 11시부터 새벽 6시 사이엔 금지다.
· 예비후보자 등록 후: 법이 정한 범위에서 명함 배부, 홍보물 발송 등 더 다양한 방법이 허용된다.
선박·정기여객자동차·열차·전동차·항공기 안과 그 터미널·역·공항의 개찰구 안, 그리고 병원·종교시설·극장의 옥내에서는 말로 하는 선거운동도, 명함을 주는 것도 안 된다. 선거운동기간 중이라도, 선거운동기간 전이라도 마찬가지다. 모두 사람들이 이동 중이거나, 치료를 받거나, 종교 활동 중인 장소인데, 선거운동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피하기 어려운 공간에서 선거운동에 강제로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관 등으로 시설이 본래 용도 외로 사용되는 경우는 예외다.
법이 명시적으로 금지한 사람들을 제외하면, 원칙적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외국인, 18세 미만 미성년자, 선거권 없는 자, 국가·지방공무원(당원이 될 수 있는 공무원은 가능), 각급 선관위 위원, 예비군 중대장급 이상 간부, 통·리·반장 및 주민자치위원회 위원 등이 금지 대상에 해당한다.
미성년자인 자녀들이 부모를 따라다니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아이로 하여금 선거운동을 시키면 안 된다. 과거 후보자가 미성년자인 아들로 하여금 "우리 아빠는 컴퓨터도 잘하며, 동생과 제가 존경하는 분입니다. 우리 아빠를 도와주세요"라고 수차례 연설하게 한 행위가 부정선거운동으로 인정된 판례도 있다.
공무원 금지와 관련해서도, 공무원이 선거일에 임박한 시점에 특정 후보의 선거홍보물을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공유한 행위, 공무원이 지인들에게 선거운동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행위 등이 판례가 부정선거운동으로 인정한 사례로 남아있다. 공무원이라면 평소 카카오톡 메시지 하나도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 외국인이라도, 영주권을 취득한 지 3년이 지나고 해당 지자체 외국인등록대장에 올라 있는 외국인은 그 지방선거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선거는 승자가 결정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당선되고 남이 떨어져야 하며, 지지자들 역시 내 후보가 이기고 다른 후보들이 지게 만들어야 한다. 이런 선거의 성격상,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한다면 선거가 지나치게 과열되고, 유권자들이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이다. 선거운동을 하게 된다 하더라도 꼭 공직선거법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