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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강스백 Jan 08. 2019

지금 당장 사랑하기


주말에 시댁에 다녀와서 신랑와 싸우고 오늘까지 냉전했다. 저저번주에 시어머니께서 집에 오셔 하룻밤 자고 가셨다. 기차역에 내려 드리려다 한시간 거리 시댁, 할 일도 없고 기분 좋은 김에 그냥 시댁까지 모셔다 드리고 왔다. 모둠조개 싱싱한 걸로 사가지고 가서 조개찜도 해먹었다. 그렇게 예쁜 며느리하고 밤에 집에 왔다.

그리고 저번주 주말. 1월에는 행사 없으니 다음달까지 삐대보자는 생각으로 시댁에 갔다. 2월에 아버님 생신, 설, 제사가 다 모여 있다. 시어머니는 한달에 한번씩만 봐야 반갑다.

교회에서 시어머니 태우고 가는데
"너네 다음주 또와야 하는데 왜왔냐? 다음주에 오라고 말하려다가 보고싶어서 온갑다하고 냅뒀지. 히히히."

"......."

아버님 생신 계산을 잘못했다. 3주 연속 시댁에 가게 생겼다. 짜증이 나고 싸울거리가 생기고 예민해졌다. 시어머니의 간섭이 또 나오고 또 이상한 소리를 듣고 또또또.... 자주보니 그런다며 신랑 잡을 준비를 했다. 신랑이 아기가 어질어 놓은거 치우라고 재촉할 때 내뱃속에서 쌍시옷이 막 올라왔다. 그 자리에서 얼굴이 굳었다.


시어머니가 아몬드 땅콩 뚜껑 열어줬는데 아 왜 내가 치우냐고.

아기는 시골 다녀와서부터 설사를 한다. 잘됐다. 한바탕 해 말아~



"뭐 서운했어?"

"아니 그냥. 주말마다 시댁에 가야 되는 상황이 짜증나서."

"니가 계산을 잘못한거잖아. 며느리가 되어서."

"그게 지금 할소리야? 내가 짜증난다고 했지 누구잘못 따지자고 했어? 내가 실수했어도 짜증날 수 있는거지."


차마 여기다가는 다 못쓰겠다.

"아 진짜 잘할 필요가 없다니까? 좋은 맘 먹고 그렇게 갔다오면 뭐해. 억지로 갈 상황이 생기는데. 그냥 기차역에 내려주고 올걸 괜히 모셔다 드리고 왔네. 짜증나는 그 마음만 들어주면 되는거지. 듣기 싫으면 얼른 출근하든가. 께작께작 옆에서 약을 올려. 뭐하자는거야?"


출근하면서 신랑은 미안하다고 했지만 받아주지 않았다. 싸울때 나오는 레파토리 듣기가 싫어 신랑 손에 이끌려 정신과 상담까지 받고 온 적도 있다. 그것도 시어머니가 조종해서 그런 것도 알고 있다. 우울증 우울증 듣기가 싫어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 병원에서 우울증이 아니라고 하니 그 후로 우울증 이야기 안나오더니 요즘은 싸움만 하면 생리하냐고 비꼰다. 영 꼴배기 싫다.


"생리통도 없는데 무슨 씨나락 같은 소리야? 뭐 툭하면 생리야. 당신은 생리도 안하는데 왜 맨날 짜증이야? 본인 허물은 생각을 안해. 웃기고 있어. 아주."


우리는 유치하지만 아주 격하게 싸웠다.


신랑은 퇴근해서도 뒤에서 안고 미안하다고 했지만 받아주지 않았다. 정내미가 뚝 떨어졌다.


몇번을 생까니 신랑도 밥만 먹고 할일하고 3일을 그렇게 서먹하게 보냈다. 오늘 아침, 눈이 많이 왔다. 감정도 눈처럼 가라앉았다. 이틀동안 안끓였던 옥수수차 다시 끓여 보온병에 담아 주었다. 어색해서 눈도 안마주치고 인사도 안하고 출근했다. 보온병은 가지고 갔네.


눈이 많이 왔다. 풍랑주의보 문자오고 눈보라가 휘몰아쳐서 문화센터도 못갔다. 앞이 안보일 정도로 눈이 많이 왔다. 눈쌓인 모습이 예쁘지만  운전하는 사람들은 힘들게 돈버는 날이겠지. 신랑 생각이 문득문득 났다. 알아서 조심하겠지. 전화도 안해봤다.


"왔어?"

"어."

신랑 퇴근해서 어색하게 인사했다.


"옥수수차 깜박했네. 지금 마셔야지."


설거지하다가 뒤돌아서 째려봤다.

"마실 정신이 없었어. 차가 돌아버렸거든. 아우~ 지금도 다리가 후들거려."

"어?"

"고속도로에서 차가 미끄러져서 한바퀴 돌았다고."



아...또 깜박했다. 건강하게 늙고 때되면 가족들하고 작별인사하고. 그렇게 편안하게 눈을 감는 죽음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죽음은 항상 우리 옆에 있다는 것을 또 잊고 살았다.


"고속도로에서 다 2차선으로 가는데 앞에 트럭이 너무 심하게 천천히 가는거야. 그래서 추월선으로 갔지. 바로 바퀴가 돌더라구. 중앙선을~~~~~ 이우야, 엄마 왜운대?"


"자기 죽었으면 우린 싸운 채로 끝났겠네?"


"에이. 그정도는 아니야. 다들 눈와서 천천히 가니까 크게 사고 안나. 차가 찌그러졌겠지."


"모르는거지."


"하긴. 중앙선을 받을 뻔 했으니. 가드레일 받았으면 더 위험했겠지. 지금도 떨리긴 한다."


그래. 까짓거 시댁 또가지 뭐. 아후. 그래. 그냥 사랑하자. 지금 당장 사랑하자. 옆에 있을 때 사랑하자. 죽기전에 사랑하자. 마음껏 사랑하자. 사정없이 사랑하자. 사랑해. 사랑해.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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