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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강스백 Jan 08. 2019

버스안에서

남편회사에 차를 두고 버스를 탔다. 맘같아서는 남편보고 버스타고 오라고 하고 싶지만 퇴근시간에 일이 좀 있다. 아기 앞에 메고 가방에 마트 봉지까지. 사람이 많이 타지 않기만을 조마조마...


버스가 출발하고 눈누난나 아기랑 장난 좀 치고 있는데, 번화가에서 버스가 멈춘채 1분정도 그대로 있었다. 

"벨 누르신분 얼른 내리세요. 위험합니다."

"죄송합니다. 잘못눌렀어요. 다음정거장인데. 아까 죄송하다고 했는데."

여대생이 벨을 잘못 눌렀나보다. 그러려니 하는데 갑자기 시끄럽다.


"아니, 안내리면 그냥 출발할 것이지. 멍청하게 계속 기다리고 있어?"

할아버지였다. 대단히 화가나 보였다.


"출발했는데 갑자기 뛰어나오면 위험해서 그럽니다."

"뭐야? 기사놈! 너! 말대꾸해? 요즘 기사놈들 이런식이야? 단체로 싸가지가 없어!"

"왜 그러십니까, 위험해서 그러는데."

"허허! 지금 해보자는거야?"

할아버지가 일어났다. 버스기사는 아무 말 없이 운전했다. 


아줌마가 뒤돌아서 여대생에게 삿대질을 했다. 하필 내 앞에 앉아있어서 아줌마의 심술궂은 얼굴을 봐버렸다.

"너 때문에 이 사단이 난거야. 싸가지가 없어. 벨 잘못 눌렀으면 잘못 눌렀다고 할것이지!"


여대생은 "죄송합니다" 하고 내렸다.


백미러로 버스기사의 얼굴이 보였다. 침을 크게 꿀떡 삼키는 모습이 내눈에는 울음을 삼키는 것 같았다. 젊은 기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직업 자체를 비관하고 있지는 않을까. 예쁘게 화장한 여대생은 번화가에서 내리는 걸로봐서 데이트나 즐거운 약속이 있는 것 같은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일까?


내릴 때가 되었다. 혹시 벨 잘못 누를까 확인 또 확인하고 벨을 눌렀다. 버스가 멈췄다. 심호흡 한번.

"기사니임~ 감사합니다아."

크게 소리지르고 내렸다. 솔직히 쪽팔렸다. 지금도 쪽팔린다. 붐비는 버스안, 소리지르고 내린 아기안은 뚱뚱이 아줌마를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다. 아....거기 있던 승객들이 모두 이 글을 읽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창피하다. 소심하게 기사님 편을 든 것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버스기사를 무시하는 꼰대보다, 감사해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기사님이 꼭 알고 계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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