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정말 결혼 안시킬라 했어. 사돈인상이 너무 싫더라구. 근데 사돈이 우리 00 너무 예뻐해서 결혼안하면 죽어버린다고 했어. 사위도 그렇고. 그래서 결혼시켰지. 그런데 저렇게 못되게 군다니까."
나도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 어머님은 우리가 어떻게 결혼했는지 까먹었나 보다. 결혼전 남편이 크게 잘못해서 헤어진 적이 있었다. 그때 시어머니 난리가 났다. 부재중전화에 문자에 전화 안받으니 음성메시지에.... 시어머니는 나에게 사랑한다고 다시 한번만 생각해보라고 빌고 애원하고 흐느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일주일 밥을 안먹고 드러누웠다고 했다. 그러고 여차저차 화해해서 다시 만났을 때 시어머니는 살이 쫙 빠져있었다. 나는 시댁에서 모셔가듯 시집을 갔다. 정말 당신의 옛날은 생각이 안나신 걸까? 당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ㅎㅎㅎ
"돌아가시려고 그래."
나는 시어머니의 말을 끊었다. 시어머니는 옆눈으로 나를 보았다.
"치매 종류가 100가지가 넘는대요. 며느리 괴롭히는 것도 중증 치매야. 정떼고 갈라고. 며느리가 이해해야지 어쩔거야."
시어머니는 곁눈질로 나를 째려보다 입을 다물었다. 어머님이 당신같은 사돈의 흉을 왜 나에게 말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한 소득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아기 이마에 생채기 난 걸 보고 며느리가 어쩌고 저쩌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