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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강스백 Jan 08. 2019

시누의 시어머니

나는 예쁜 며느리다. 남편없이 아기 데리고 시댁에 가서 놀다 올 정도면 예쁜 며느리지. 암만.


아기 낳고 시어머니의 텃세가 시작되었지만 참고 참고, 지지고, 볶고, 새며느리 구하라고 말하고, 싸우고... 뭐 이래저래 해서 지금은 시어머니가 나에게 함부로 말하는 건 자제하는 것 같다. 이제 시어머니는 대놓고 함부로 하지는 않는데 미묘하게 사람속을 긁는다.



"아버지가 막내딸한테 재산 준대. 우리한테 너무 잘해서."


"네에~"




"00(둘째시누)이네 시어머니는 줬다 뺏는 치매에 걸렸나봐. 딸기 농사 지으면서 우리집에 보낼 딸기 두박스를 줘놓고 차에 실을 때 한박스를 뺐대."


"맛도 없드만 그걸 또 뺐대요? 사돈에게 보낼라면 제일 좋은 걸 보내줘야지."


시어머니가 왜 시누의 시어머니 흉을 나에게 보는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시어머니 편을 들어줬다.



"00를 얼마나 괴롭히는 지 몰라. 그래서 얘가 명절에 우리집에를 못오잖아. 차 타고 출발하자마자 전화해서 다시 불러들인대. 즈그 시누들 와서 뒤치다꺼리까지 다 시킨대. 치매에 걸린게 확실해."


"저쪽 며느리가 오면 이쪽 며느리는 가야제. 시누들 얼굴까지 보라한대요? 참나....요즘 세상에....."


"나 정말 결혼 안시킬라 했어. 사돈인상이 너무 싫더라구. 근데 사돈이 우리 00 너무 예뻐해서 결혼안하면 죽어버린다고 했어. 사위도 그렇고. 그래서 결혼시켰지. 그런데 저렇게 못되게 군다니까."


나도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 어머님은 우리가 어떻게 결혼했는지 까먹었나 보다. 결혼전 남편이 크게 잘못해서 헤어진 적이 있었다. 그때 시어머니 난리가 났다. 부재중전화에 문자에 전화 안받으니 음성메시지에.... 시어머니는 나에게 사랑한다고 다시 한번만 생각해보라고 빌고 애원하고 흐느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일주일 밥을 안먹고 드러누웠다고 했다. 그러고 여차저차 화해해서 다시 만났을 때  시어머니는 살이 쫙 빠져있었다. 나는 시댁에서 모셔가듯 시집을 갔다. 정말 당신의 옛날은 생각이 안나신 걸까? 당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ㅎㅎㅎ



"돌아가시려고 그래."


나는 시어머니의 말을 끊었다. 시어머니는 옆눈으로 나를 보았다.



"치매 종류가 100가지가 넘는대요. 며느리 괴롭히는 것도 중증 치매야. 정떼고 갈라고. 며느리가 이해해야지 어쩔거야."


시어머니는 곁눈질로 나를 째려보다 입을 다물었다. 어머님이 당신같은 사돈의 흉을 왜 나에게 말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한 소득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아기 이마에 생채기 난 걸 보고 며느리가 어쩌고 저쩌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엄마생각이 났다가


#고부갈등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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