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미뤄뒀던 치과치료를 결심했다. 치과는 친해지기도 싫다. 정말 무섭다. 스케일링을 받을 때마다 고통스러워서 과거를 후회한다. 술 담배로 이를 혹사시키고는 양치도 안 하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지금도 커피를 하루 한두 잔은 꼭 마신다. 사소한 습관 (양치질) 하나를 제대로 하지 못한 대가는 큰 통증과 두려움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아이 습관 만들기에 그렇게 공을 들이는지 모르겠다. 아이는 다섯 살이다. 사회성을 배우는 시기인 만큼 친구관계도 궁금하고, 학습지도 기웃거리지만 나는 아이의 습관을 만들어 주는 것에 좀 더 노력한다. 밥 먹기 전에 손 씻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정리정돈, 바른 자세, 식습관,,,,, 그리고 양치질. 그놈의 양치질.
재난지원금을 어떻게 쓸까 고민했다. 생활비로 써 버리면 알게 모르게 돈을 다 써버릴 것 같다. 실제로 주유하라고 남편에게 재난지원금 카드를 하나 줬는데 한 달도 채 안돼서 거의 다 썼다고 한다. 좀 더 의미 있게 돈을 쓰려고 궁리하던 중 미뤄뒀던 치과치료가 생각났다.
치료를 좀 더 미루면 멀쩡한 윗니까지 뽑아야 한다. 오래전 아래쪽 어금니를 뽑았는데 그 후로 윗니 어금니가 점점 내려오고 있다. 아랫니는 임플란트하고 이미 내려온 윗니는 크라운을 씌워야 한다고 했다. 임플란트 안 하고 그대로 윗니까지 계속 내려와 결국 발치해야 한다.
치아보험도 들어뒀다. 재난지원금으로 치과치료를 받고 보험금을 청구해 현금으로 받으면 그야말로 알차게 재난지원금을 쓰겠구나.
치과 세 군데를 돌았는데 치과마다 진단이 다 달랐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이를 좀 더 살리는 쪽으로 치료를 하기로 했다.
첫 치료 날, 누워서 입을 벌리는데 너무 무서워서 손에 힘을 계속 줬다. 선생님이 오늘 치료는 하나도 안 아프다고 했는데도 무서웠다.
"선생님, 무서워서 치과를 못 온 게 제일 커요. 너무 무서워요."
결국 마취를 하고 치료를 받았고 치료는 선생님 말씀처럼 순식간에 끝났다. 마취주사만 겁나 아팠다. 입이 얼얼하게 마취기운이 몇 시간 갔다. 진작 치료를 받았으면 아프지 않고 더 간단하게 치료가 끝났을 텐데.
두 번째 치료는 많이 아팠다. 치료받는 도중에 마취주사를 더 맞고 치료받았다. 임플란트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큰일이다. 그냥 임플란트 안 하고 살고 싶을 정도로 아팠다. 선생님은 임플란트가 이번 치료보다 더 안 아프다고 나를 위로했다. 안 믿는다. 내 주변 사람들은 임플란트 다 아프다고 했다.
치아 한 군데 치료가 끝나고 보험계약서를 뒤적거렸다. 그런데 생각보다 받을 수 있는 돈이 적었다. 이미 발치한 어금니는 임플란트 보장비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계약하긴 했는데 크라운이나 레진치료도 치료비 모두를 받는 것은 아니었다. 총치료비에서 30% 정도를 보험금으로 받을 것 같다. 재난지원금으로 이빨 치료하고 보험금 깡을 하려는 나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좋다. 그래도 좋다. 두려움으로 가득 차서 몇 년 동안 미루기만 했던 치과치료를 시작하게 되었으니.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는 시작을 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