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C Jan 11. 2017

[번외] 끝나지 않을 맛의 향연 : 산 세바스티안

사람들은 오감을 채우기 위해 산 세바스티안의 구시가로 몰려들었다.

  도노스티아 - 산 세바스티안(Donostia - San Sebastian).

  미식가들 사이에서 '미슐랭의 도시'라는 별칭으로 잘 알려진 이 도시에는 한 집 건너 한 집이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될 만큼 많은 '맛집'이 즐비해 있다. 구시가 골목 곳곳에 자리 잡은 수많은 음식점들은 자신들만의 특색 있는 맛을 선보인다. 이곳은 미슐랭의 별들이 무색해지는 곳이다.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된 식당보다 그 옆집과 건넛집이 더 많은 사람들로 붐빌 정도로(미슐랭 가이드에 나온 식당의 음식이 맛없다는 것이 아니다) 모든 음식점들은 하나같이 최고의 음식들을 선보인다. 여행자들은 입맛에 따라 고르기만 하면 된다.



0 장소 : 스페인, 산세바스티안.


  스페인의 북동쪽. 대서양 연안 비스케이 만(Bay of Biscay)에 접한 작은 도시. 동쪽으로 15km 떨어진 지점에는 스페인-프랑스 국경이 있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로부터 북동쪽으로 약 350km, 바르셀로나로부터는 북서쪽으로 약 400km 떨어져 있기에 주로 지중해 연안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스페인 여행을 하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스페인 남부 혹은 지중해 연안을 여행지로 선택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 반대편에 위치한 '산 세바스티안'을 찾는 것은 어쩌면 사치일지도 모른다. 

  산 세바스티안을 찾는 이유는 맛의 향연을 위해서이다('순례자의 길'이라 불리는 '산티아고 길'을 걷는 여행자라면 이야기는 좀 달라진다. 산 세바스티안은 '산티아고 길'의 중간에 위치한 도시이기도 하다. 3~4구간인 '이룬-산세바스티안-사라우츠'구간)


'도노스티아 - 산 세바스티안'은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서 차를 타고 한참을 가야한다.
우루굴 언덕에서 바라본 구시가. 왼쪽은 수리올라 해변.
산 세바스티안 구시가와 라콘차 해변. 라콘차만 안쪽에는 요트들이 정박해 있다.


 구시가에서 펼쳐지는 맛의 향연은 밤늦도록 그칠 줄 몰랐다. 밤이고 낮이고, 사람들은 오감을 채우기 위해 산 세바스티안의 구시가로 몰려들었다. 매일매일 축제가 열리는 듯, 거리는 활기찼고 풍족해 보였다. 


  여느 도시의 구시가와 마찬가지로 산 세바스티안의 구시가 역시 아늑함이 묻어나는 곳이다. 바다에 둘러 싸인 구시가는 넓은 편이 아니기에 걷기가 좋다. 구시가 양쪽에는 커다란 해수욕장(라 콘차 해변, 수리올라 해변)이 자리 잡고 있으며, 구시가의 북쪽에는 우루굴(Urgrul)이라 불리는 언덕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반대편에는 드넓은 대서양이 펼쳐져 있다. 언덕에는 무너진 요새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분명 외부 해양 세력으로부터 도시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요새에는 포대가 설치되어 있고 아직도 육중한 대포는 바다를 향해 포구를 내밀고 있다. 18세기에 지어진 구시가 골목의 산타마리아 엘레사 교회(Santa Maria Eliza)에서부터 길의 저 끝 편 부엔 파스토르 대성당(Caterdera del Buen Pastor)까지 지그재그로 걷다 보면 다양한 음식점과 독특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구시가에 위치한 시청사 옆의 해안길.
부엔 파스토르 대성당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구시가의 산타마리아 엘레사 교회. 이 교회 주변으로 유명 음식점들이 많다.
구시가의 어느 골목이든 '바 레스토랑'들이 있고, 언제 어디서든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기분이 좋다. 바다를 옆에 끼고 걷다 보면 산 세바스티안의 정취가 느껴진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해수욕을 즐길 수도 있다. 수리올라 해변에서는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허기가 느껴진다면 언제든지 '바 레스토랑(Bar Restaurante)'라고 쓰인 곳에 들어가 이곳의 자랑거리인 바스크(Basque) 스타일의 타파스(핀초스 Pinxtos)를 맛볼 수 있다. 

  산 세바스티안이 바다에 접한 도시인만큼 이곳에서는 해산물을 이용한 다양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더욱이, 가게들마다 약간씩 주요 식재료가 다르다는 점도 맛집 탐방객들의 흥미를 끄는 점이다. 해산물을 중심으로 음식을 만드는 곳이 있는가 하면, 빵을 메인으로 내세우는 곳도 있으며, 튀김 요리를 중심에 두는 곳도 있다. 그리고 하몽과 베이컨을 중심으로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는 곳도 있다. 하지만 이들 식당들의 공통점도 있다. 다양한 음식을 맛보면서도 와인이나 샴페인 혹은 샹그리라 한 잔을 곁들인다는 점.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이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점.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면 산 세바스티안의 구시가는 더욱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낮에는 시내 관광을 하거나 해수욕장에서 시간을 보냈던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구시가의 광장과 골목은 음악 소리와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찬다. 밤이 깊어갈수록 사람들의 목소리에서는 흥겨움이 짙어진다. 와인잔을 기울이는 사람들. 얼굴이 발그레해진 사람들은 비가 오는 것도 아랑곳 않고 구시가에 흥을 더한다.


어둠이 내려 앉기 시작한 헌법 광장
바 레스토랑에서는 접시에 먹고 싶은 핀초스를 고르기만 하면 된다. 와인과 샹그리라 혹은 샴페인과 함께.
비가 내리는 산 세바스티안. 사람들은 아랑곳 않고 산 세바스티안의 밤을 즐긴다.

 

 이 도시를 떠나야만 하는 순간이 있다는 것. 아직도 가봐야 할 음식점들이 수 십, 수 백개가 넘게 있는데 도시를 떠나야 하는 순간이 온다는 것 때문에 슬픈 감정이 밀려온다. 무한정 음식들을 입 안으로 쓸어 넣지 못했기 때문에, 못 먹어본 음식들이 더 많다는 것. 그것은 도시를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에서 가장 슬픈 날, 마침표 : 뉴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