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사러 간 남자.

오늘이 특별한 날인 것처럼

by LC
IMG_2026.png 아침에 일어나 보니 꽃잎이 다 떨어져 있다. 꽃을 바꿀 때가 한참 지나버렸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꽃잎이 우수수 떨어져 있었다. 지난주에 이미 꽃들은 향기를 잃었고, 시들어 가는 모습이 확연했다. 오늘은 꽃을 사러 가야겠다.




구름 낀 하늘 탓인지 그리 상쾌하지는 않다. 창 밖을 보니 거리는 조용하다. 월요일의 분주함은 어느덧 저만치 멀어지고 있다. 이래저래 시간을 보내다 보니 벌써 오후 3시다. 그저께 먹다 남은 케이크 한 조각으로 배를 채우고 나가야지 라는 생각을 한다. 샤워를 하고 옷을 입고. 꽃을 사러 가려고 샤워를 하다니.


이리저리 빙빙 돌아 꽃집에 도착. 문을 열고 들어선다. 코 끝에 스미는 향기. 이 향기는 언제나 내 기분을 상큼하게 만든다. 온갖 꽃들이 뿜어내는 향기의 조화란.

꽃 가게에선 남자가 '꽃병에 꽂을 꽃'을 사러 왔다는 것을 신기해한다. 처음 들른 꽃가게에선 친절히 꽃 이름을 말하며 설명을 해 준다. 그렇지만 나는 아무리 들어도 꽃 이름을 도무지 외울 수가 없다. 특별한 날, 의미를 담아 꽃을 고르는 것이 아니기에 꽃을 추천해 달라고 말하고 내 마음에 드는 꽃 몇 개를 고른다. 꽃병이 작기 때문에 많이 고를 필요는 없다. 적당히.


IMG_2027.png 꽃을 많이 살 필요는 없다. 한 송이라도 좋다. 산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다.


'특별한 날'이 아닌데도 꽃을 사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꽃 향기 때문만은 아니다. 꽃을 들고 꽃 가게를 나서는 그 순간부터 왠지 오늘은 특별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꽃을 샀기 때문에 특별한 날이 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


꽃 한 송이로 기분이 좋아질 때가 있다. 누군가로부터 꽃 한 송이를 받았을 때가 그렇고, 누군가에게 꽃을 선물해 줄 때가 그렇다. 그리고, 꽃을 살 때가 그렇다.


특별하지 않은 하루다. 특별한 날, 꽃을 사서 기분을 내는 것도 좋지만 특별하지 않은 날 꽃을 사면서 '특별한 날인 척' 해 보는 건 어떨까?


IMG_2028.png 꽃 병에 꽃을 꽂아 보았다. 언제나 서툰 꽃꽂이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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