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똑똑이의 아들 유치원 준비과정에서 두려움을 이해하고 해결해 가는 이야기
내겐 이제 45개월 된 아들이 있다. 또래에 비해 발달이 조금 느린 편이라 걱정이 많습니다. 호기심은 넘치는데 겁도 많고, 어딘가 나를 꼭 닮은 ‘헛똑똑이’ 면모도 보입니다.
내년이면 유치원에 갑니다. 말이 늦게 트인 편이라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수업시간에 뒤처지진 않을까? 유치원 통학버스는 혼자 탈 수 있을까? 하나하나 걱정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당장 도와줄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고 생각했고, ‘버스 혼자 타기’ 연습을 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완강히 거부했습니다. 설득이 안 돼서 결국 “잘 타면 다이소에서 사고 싶은 거 사줄게”라고 살짝 꼬아보니, 너무나 순진하게 덥석 물어버렸습니다. 우리 동네 마을버스코스는 종점에서 종점까지 1시간 정도, 혹시 중간에 트러블이 생겨도 충분히 커버 가능한 난이도라 판단했습니다.
아내에게서 평소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항상 안고 탄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아내도 많이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며칠 전 아들에게 왜 혼자 못 앉느냐 물어보니, 대답은 “무서워서… 시끄러워서…”였다. 소음에 민감한 아이라 시끄럽다는 건 이해가 됐지만, ‘무섭다’는 감정이 정확히 어떤 부분인지 궁금했습니다.
기저귀 가방을 챙기고 처음으로 엄마 없이 집을 나서는 길, 아들이 “기사 아저씨한테 살살 운전해 달라 해줘”라고 하였습니다. ‘살살 운전’과 소음이 무슨 관계인지 궁금해하며 버스를 탔습니다.
우리 아파트는 마을버스 종점이라 첫 탑승객이었습니다. 제일 뒷자리에 나란히 앉자마자 아들은 또다시 “아저씨한테 살살 운전해 달라 해줘”라고 반복했습니다. 헛똑똑이는 기사님께 그대로 전달했고, 그 순간 아들이 내 손을 꽉 잡았습니다. 혼자 앉는 게 낯설어 서인지, 분리불안 때문인지, 나도 아이 손을 잡아주자 바로 안도한 듯 웃어 보였습니다.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왜 아이가 버스를 무서워했는지 단번에 이해되었습니다. 우리 아파트는 높고 가파른 언덕 위에 있습니다. 내려가는 길이나 중간중간 버스가 순간 앞으로 쏠리는데,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든 아이에겐 이 움직임이 단순한 흔들림이 아니라 ‘컨트롤 불가능한 공포’였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조용히 말했습니다.
“버스가 움직이면 몸이 흔들리니까 무서웠구나.” 그러자 아들이 미소 지으며 “응. 근데 이제 안 무서워.”라고 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다이소에서 갖고 싶은 장난감을 사준 뒤, 다시 버스를 타고 집 앞 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내리자마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빠, 이제 혼자 탈 수 있어.”
그 말이 얼마나 고맙고 기특하던지. 하지만 여전히 조금 더 연습은 필요해 보입니다.
유치원 통학버스엔 주니어 카시트나 안전벨트가 기본으로 갖춰져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헛똑똑이는 아들이 유치원 첫 등원 날, 버스 첫 탑승부터 겁먹거나 거부하지 않고 잘 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아주 작은 연습이었지만, 아이에게는 ‘할 수 있다’는 경험을 선물한 하루였습니다. 그리고 헛똑똑이에게도 “아빠로서 나는 잘하고 있는가” 묻고 답해보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