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으면 무너질 것 같다는 그들의 이유
며칠 전 흡연실에서 한 직원의 거취를 두고 설전이 오가는 것을 우연히 들었습니다. 주관부서는 교체를 원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반복되는 트러블 때문이었습니다.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사실 그 부서에는 여유 인력도 없었습니다. 당장 완벽한 대체 인력도 없었고, 필요하다면 다른 부서에서 파견을 보내서라도 운영을 유지할 생각도 있었던 듯했습니다.
반면 운영부서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없으면 힘듭니다.”
결국 운영부서의 의견과 운영에 큰 관심이 없던 리더의 판단이 맞물리면서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문제의 직원은 그대로 남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같은 트러블은 반복되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삼국지의 위촉의 한중 전투가 떠올랐습니다. 한중성은 촉나라에게는 반드시 지켜야 할 전략 거점이었습니다. 잃게 되면 방어선 자체가 무너질 수 있는 위치였습니다. 하지만 위나라에게 한중성은 여러 거점 중 하나였습니다. 물러난다고 해서 전선 전체가 무너지지는 않았습니다. 같은 거점이었지만 처한 상황이 달랐기에 판단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직에서도 사람 하나가 한중성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없으면 운영이 어려워질 것 같고, 바꾸면 당장 흔들릴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유지하는 쪽으로 기울어지곤 합니다.
헛똑똑이 역시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지금 버틸 수 있다면 그대로 두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거점이라고 해서 항상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겉으로는 버티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내부가 무너지기 시작한 거점은 결국 전선을 지키지 못합니다.
‘근묵자흑’이라는 말처럼 사람과 환경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문제가 반복되는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그것이 기준처럼 굳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조직에서는 때로 사람을 유지하는 것과 문제를 정리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게 됩니다. 무엇을 지키는 것이 맞는지, 무엇을 정리해야 하는지는 상황마다 다를 것입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어떤 거점은 버티기 위해 필요하지만, 어떤 거점은 정리해야 다음 전선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조직에서도 사람 하나가 한중성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 거점이 정말 지켜야 할 곳인지, 아니면 이미 정리해야 할 곳인지는 조금 떨어져서 바라볼 때 비로소 보이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