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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갑진 Aug 31. 2024

새 시스템에 적응한다는 것은

안정이란 무엇인가? 

이직 가장 어려운 점을 뽑는다면 새로운 회사 시스템에 적응해야 하는 일일 것이다. 일이야 어차피 하던 일이 경력으로 인정되어 이직 자체가 가능했기에 크게 어려울 것이 없는 반면에(세부적으로 다소 차이점이 있겠지만 틀에서 하는 일은 비슷한), 새로운 회사 시스템에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업무에 필요한 여러 프로그램을 까는 것부터 결재를 올리는 방법은 체계가 많고 또 복잡해 하나하나 여러 번 반복해서 익히지 않으면 쉽게 익숙해지지 않을 같았다. 또한 하나의 체계에 하나의 프로그램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프로그램은 여기, 어떤 프로그램을 저기 등 곳곳에 산재해 있어서 왔다 갔다 하느라 애를 좀 먹었다. 방법은 팀원분들을 비롯해 보이는 분들께 도움을 구하고 협조를 구할 수밖에. 


오히려 신입사원으로 입사한다면 그 시스템이 기준이 되기 때문에 어쩌면 바로바로 습득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할 것 같은데 나 같은 경우에는 이미 다른 곳에서 10년 이상 적응했던 시스템을 버리고 전혀 다른 시스템을 받아들이니 헷갈리기도 하고, 이렇게 결재를 올리는 것이 맞는지 몇 번이나 고민해야 했다. 


이것이 물리적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대하며 느꼈던 혼란이라면, 보이지 않는 무형의 시스템과의 사투도 있다. 회사 자체의 특유의 문화, 분위기 등이다. 자유로운 휴가 사용이 보장되는지, 칼퇴가 가능한지, 회식은 자주 하는지 어쩌면 물리적인 시스템 적응보다 쉽지 않은 것이 무형의 시스템일 것이다.


경력직이라고 해도 아니, 경력직이어서 새롭고 생소한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고 어쩌면 더 녹아들 수도 있다. 이전 회사와 분위기가 얼마만큼 차이가 나는지에 따라 다를 수도 있고 개인의 성향에 따라서 혹은 어떤 포지션으로 왔는지에 따라 각기 다를 있다. 이것은 그만큼 측정하기 어렵고 개개인별로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를 것이다. 실제로 경력으로 입사했지만 특유에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다시 퇴사한 분들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만큼 무형의 시스템, 보이지 않는 시스템에 적응 여부가 새로운 곳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시그널이 아닐까 싶다. 원래 보이지 않는 것이 무서운 법이니까. 


나는 어떨까. 일단 물리적인 시스템에 쩔쩔매면서도 팀원 분들과 잘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모르는 것은 물어보고 안 되는 것도 여쭤보면서 다소 모두를 귀찮게 하고 있다. 왜 이렇게 컴퓨터 작동이 잘 안 되고 잘 꺼지는지. 그렇지만 어색하다고 해서 잘 모른다고 해서 가만히 앉아서 누군가 해주길 바라지는 않는다. 원래 회사란 그런 곳이니까. 대신 내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면 의외로 많은 분들이 최대한 자신이 도울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도와주신다. 유, 무형 시스템을 동시에 공략 중이다. 


많은 분들이 이직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직을 꿈꾸면서도 한편으로는 '새로운 곳에 가서 적응할 수 있을까. 그냥 안정적으로 지금 속한 곳에 있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이직하기 전에도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제 와서 뭘 옮며'. 하물며 나는 모두가 안정적이라고 하는 공무원이었으니까. 주변에 거의 99퍼센트가 반대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안정'이란 단순히 익숙함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가 왔을 때도 어떤 상황이 변화하더라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아는 능력이었다. 새로운 변화에 뛰어들고 다양한 시스템에 잘 스며들 수 있는 것.  


사회는 하루게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데 내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결코 안정적인 것은 아니지 않을까. 이미 세상이 바뀌고 있는데 나만 자리에 앉아 있다고 해서 보장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오히려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거나 때때로 물줄기 자체를 바꾸어 나만의 물길을 만들 필요도 있는 것이다. 변화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스템이 와도 두려워하지 않고 잘 받아들이려고 하는 자체가 역설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안정'인 것이다. 


앞으로 어떤 길이 펼쳐질지 아무도 모른다. 유, 무형 시스템에 적응되었다고 생각할 쯤엔 다른 변수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떤 변화에도 의연하게 대응해 나가는 것, 상황에 맞게 담대하게 행동해 나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 또한 쉽지 않겠지만 뭐 원래 세상은 만만치 않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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