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이라는 새로운 길
10년간 다니던 직장에서 퇴사하고 새로운 곳으로 이직했다. 공직에서 사기업으로 이직하기까지 여러 이유들이 있었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일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경험하고 싶었던 공직을 10여 년 정도 했으면 충분히 경험했다 싶었다.
새로운 직장은 모든 것이 달랐다. 출, 퇴근 시간부터 이동하는 경로까지 같은 것이 없었다. 그래서 새로웠고 흥미로웠다. 때론 낯설고 어색한 면도 있었다. 특히, 새로운 곳에 가게 되어 그런지 출근한 첫 주에는 몸살과 인후통으로 앓아누웠다. 정말 오랜만에 아파서 식고식을 톡톡히 치른 셈이었다. 쉴까 생각도 했지만 들어가자마자 쉰다고 하기가 부담스러웠고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라면 이 과정에서 방법을 찾고자 했다. 병원에 가서 수액도 맞고 약도 먹고.
일주일을 꼬박 앓고 나니 다행히 서서히 몸은 회복되었고 또다시 새로운 삶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퇴직과 이직까지 약간의 텀이 있었는데 그때 아팠으면 좋았을 껄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새로운 곳으로 가야만 앓을 수 있는 진통이기에 그런 가정은 의미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반드시 통과해야만 하는 관문은 피할 수도 우회할 수도 없으며, 톡톡히 겪고 회복해야만 비로소 진짜 새로운 곳으로 왔구나 의식하게 되는 것이었다. 하나의 절차처럼. 10년 전 똑같이 겪었던 과정이다. 어쩜 인생은 반복되고 한 치의 오차도 없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몸이 이제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새로운 환경과 그에 맞는 규칙에 맞춰 새로운 삶을 이어 나가야 한다. 이곳으로 와야지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삶은 늘 그렇듯 우연으로도 내가 미처 몰랐지만 가고 싶었던 곳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러한 우연에 감사하며 최대한 열심히 노력해 보고 싶다.
급하게 서두를 생각은 없다. 천천히 익혀나가며 템포를 조절해 나갈 생각이다. 나이를 먹고 이직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알기에 초반에 서두르다 지쳐버려 나중에는 영혼 없이 다니는 대신 찬찬히 새로운 것을 느끼고 나만의 것으로 만든 뒤 점점 속도를 높여 나갈 예정이다. 그런 노하우는 쌓였다.
1년 전 이맘때 이직에 생각만 있었지 과연 할 수 있을까 걱정하던 때가 생각이 난다. 인생은 결코 예측할 수 없는 것이기에 '내가 생각한 것이 맞을까'라는 생각만 하루에 열두 번씩은 한 것 같다. 그러나 1년 뒤 다른 곳으로 서서히 안착해 가고 있는 지금, 그때의 나에게 '이게 맞았다'라고 '결코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물론, 앞으로 나의 선택에 맞게 행동하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나의 새로운 길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