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무료 교통 카드 발급
엄마가 설레는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생일이 지나면서 이제 65세가 되었다고. 그래서 이제 나라에서 주는 무료 교통카드를 받을 수 있고 지하철을 공짜로 타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기분이 미묘했다. 엄마의 나이가 벌써 사회적 약속으로 정해진 노인의 범주에 들었다니. 하긴 내 나이도 내가 어릴 적 상상할 수 있는 나이를 훌쩍 넘었으니 엄마라고 별 수 있을까.
궁금했던 건 엄마의 마음이었다. 사실 엄마는 차를 가지고 다니시는 터라 지하철 탈 일이 거의 없으신 편이다. 이보다 앞서 아빠는 무료 교통카드를 발급받고는 이곳저곳을 잘 다니시는 걸 생각하면 엄마의 무료 교통카드의 쓰임새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엄마는 어떤 자격에 도달에 따게 된 자격마냥 드디어, 이제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어서, 빨리 카드를 개시해보고 싶다고 하셨다. 나도 함께 웃으며 어여 시도해 보라고 말씀드렸다.
물리적인 나이로 평가되는 세상이 그리 좋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어릴 때는 어리다는 이유로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고, 20살이 넘어서는 갑자기 빨라지는 시계 속도에 조금은 늦을 수 없나 늘 생각했다. 조급하기도 했다. 나이는 어쩜 한 번도 내 마음에 든 적이 없다.
그런데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니 조금은 안심됐다. 내 나이가 벌써 이렇게 됐나 해서 서글퍼 하기보다는 무료 교통카드를 받음으로써 또 한 번의 새로운 세계로 기꺼이 진입하려는 모습이 꽤 괜찮았기 때문이다.
내심 엄마가 속상해하면 어쩌지? 은근스레 걱정했던 맘이 무색해졌다. 아마도 나와 전화를 끊고 순간순간 그런 생각도 들 수 있을 것이다. 조카들이 이미 학교에 들어간 나이인데도 할머니라고 불릴 때마다 아 이제 남들도 다 나를 할머니로 보는구나 싶어 서글퍼졌다는 엄마의 솔직한 마음을 이미 들은 터니까.
그럼에도 거기에 머물지 않고 이왕이면 기분 좋게 기다렸다는 듯이 나이 드는 방법을 어쩐지 터득하신 것 같아 마음으로 존경과 애정을 보내게 됐다.
늘 소녀 같으신 우리 엄마, 건강하고 행복만 하세요. 물론 아빠도. 그리고 세상의 모든 우리 부모님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