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맛

근로자의 날 휴무를 경험하며

by 임진

일을 시작한 이후로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 쉬는 것은 처음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은 신분이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아 근로자의 날에 어김없이 출근했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빨간 날도 아닌데 모두 다 당연하다는 듯이 쉬는 자체가 새로웠고 아 이것이 '근로자의 맛'이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쉬려고만 하면 하루 연차내서 쉴 수도 있겠지만 지금 업무가 바쁘게 돌아가는 터에 쉬는 건 언감생심이라 야근만 하지 않아도 다행이었다. 아니 주말 출근만 안 해도 감지덕지인가. 그런데 공식적으로 당당하게 쉬는 날이 생기니 이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물론, 회사에 따라서 다르고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할 것이다. 그동안 공무원의 세계에만 머물다 기업으로 오니 그제야 기업도 천치만별이고 복지환경이나 근로조건도 너무나 달라서 같은 회사원이지만 결코 같은 회사원일 수 없는 경우를 어설프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에서는 공무원이 더 좋았을 수 있다. 거의 똑같은 규정에(중앙부처와 지자체는 다를 수 있지만) 비슷한 환경이었으므로 누가 더 좋고 나쁘니 하는 것은 비교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기업에 와보니 기업끼리도 또 내부끼리도 너무나 달랐다.


샌드위치로 끼여있는 2일(금) 휴가 쓰는 것에서도 회사 내에서는 권장했지만 쓸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나뉘었다. 물론 우리 내부에서는 일을 기준으로 바쁘냐 바쁘지 않냐에 따라 나뉘어서 나는 당연히 출근하게 됐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출근하지 않는 게 오히려 더 불편하므로 출근하는 쪽을 택했다. 이에 대한 불만은 없다. 그러나 제도적 시스템적으로 아직도 쉬는 것을 탐탁지 않게 회사들이 있고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야 하는 구성원도 분명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공적인 업무에서 사적인 업무로 넘어오면서 그 차이가 서서히 들어온다. 이제 갓 민간기업으로 입사한 나에게는 공적 환경과 어쩔 수 없이 비교하게 되는 터라 그럴 수도 있지만 근로자의 날에 쉬는지, 샌드위치 날에 쉴 수 있는지 온라인에서 투표가 올라오면 근로자에 날조차 쉬지 않는다에 투표한 비율이 만만치 않은 걸 보면 그저 어림짐작은 아닐 것이다.


사실 잘 모르겠다. 정부에서 정치권에서 그 차이와 간극을 좁히려 하지만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냥 단순히 나이브하게 얘기해 본다면 다른 것들을 떠나서 근로자의 날 만큼은 모두가 근로자로서 존재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확실히 신분이 달라지니 하게 되는 생각도 달라진다. 5월 첫날에 이런 생각을 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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