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을 바꾸다 놀란 까닭은
15년 전에 개명을 했다. 이제 그 정도 되니까 예전 이름이 뭐였는지 거의 생각나지 않는다. 친척들도 어릴 적부터 알던 친구들도 다 바뀐 이름으로 부르기에 원래부터 그 이름으로 태어난 양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거창하게 15년 전 얘기를 꺼내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적이란 지우기 참 쉽지 않구나를 최근에 경험했기 때문이다.
거의 5~6년 만에 핸드폰을 바뀌기로 결심하고 절차를 진행했다. 원래 뭔가 바꾸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고 또 핸드폰의 경우 노트 펜 기능을 선호하기에 펜이 없는 핸드폰은 더더욱 바꾸고 싶지 않았다(요새 펜 기능 핸드폰 사라졌다).
그러나 아무리 잘 쓴다 해도 5년이 넘어가니 배터리가 금방 꺼지기 일쑤고 워치 충전기도 고장 나버린 통에 선택 사항이 없었다. 망가지기 전에 바꿔야 했다. 끝이 다가옴을 알았다고나 할까.
다소 귀찮지만 복잡한 과정을 거쳐 최고의 요금제를 선택하며 vvip에 또다시 등극하는 등 새 핸드폰을 얻는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와중에 뜻밖의 얘기를 듣게 되었다.
"개명하신 적이 있나요?"
나 조차도 잊고 있던 터라 당황했지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핸드폰 개통과 관련해 워치인지 버즈인지 등록하는 과정에서 서울보증보험을 접속해서 뭐를 해야 하는데 거기에 예전 이름으로 등록이 되어 있다는 거다.
15년 전 개명 즉시 나와 관련된 모든 기관, 은행, 보험사 심지어 졸업한 학교에도 연락해 다 바꾸었건만 빼놓은 곳이 있었다니 그리고 그것이 느닷없이 15년 후에 나타나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기묘하기도 했다.
절차는 어렵지 않았다. 다만 서울보증보험이 최근에 해킹 이슈가 있어 뭐가 안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다행히도 복구된 이후에 요청해서 바로 변경할 수 있었다.
이제 더 남은 흔적은 없을까. 나중에 또 어떤 곳에서 예전 이름이 튀어나오게 될까. 궁금하면서도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되길 바란다. 지금도 당황스러웠는데 20년, 30년 뒤에 나오면 진짜 그때는 어찌 대처할지 아찔하다. 대처보다 그 당황스러움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다.
사람의 이름을 바꾸는 것이 이리 영향을 오래 미치고 그 그림자를 떨쳐 버리기 쉽지 않은지 몰랐다. 하긴 왜 아니겠는가. 학창 시절을 함께 한 이름인데 어찌 모른 척 하리오. 다만 인연이 거기까지였지만 가끔씩 불쑥 나타나 땀나게 하는 역할까지 맡았는지 모르겠다.
이름을 바꾼 것이 죄가 아닌데도 당황스럽고 놀랬던 건 아마 지금은 새 이름에 너무 적응이 된 탓이고 또 하나는 아직 안 바뀐 곳이 또 있었어? 하는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정신 바짝 차려야지. 내 과거, 내 옛 이름 다 묻어두고 이제는 새 이름, 새 핸드폰으로 나아가자.
아마도 이 글이 옛 핸드폰에서 쓰는 마지막 글이 될 것이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