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 나의 글
어릴 적 나의 꿈은 작가였다. 작가가 뭔지도 모르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모른 채 그냥 막연히 책이 좋아서 작가라는 꿈을 키웠다.
초등학교 때 심심찮게 글짓기 상을 받았던 것도 그 꿈을 꾸게 한 원동력이었다. 방학 때 공들여 작성했던 탐구생활(우리 때는 방학 때 탐구생활이라는 책에 매일매일 방학 때 활동한 내역을 기록해야 했다. 방학이 끝나고 나면 잘된 탐구생활들은 학교 한 편에 전시되곤 했는데 전시되고 싶어서 열심히 사진도 찍고 활동을 기록했다). 보다 개학 며칠 전 후다닥 썼던 독후감이나 썼던 일기로 상을 받으면서 '아 내가 가야 할 곳은 바로 글이구나'라고 일찌감치 직감했다.
심지어는 선생님이 부르셔서 글짓기 대회 상을 받고 들어가는데 다시 선생님이 부르셔서 나갔더니 또 다른 대회의 상장을 건네주시기도 했다. 반 아이들도 나도 무슨 상황이지 어리둥절한 기억이 있다. 분명히 상을 받고 왔는데 다시 불리니 그럴 만도 했다. 알고 보니 대회가 겹쳤는데 내가 두 개의 대회에서 상을 받게 된 것이었다. 선생님은 불려 나왔을 때 한 번에 두 개 다 주는 것도 좋지만 각각 다른 대회여서 다시 불러서 상을 주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그때의 어리둥절한 감정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러나 작가로 가는 그 길이 쉽지는 않았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지방의 한 도시에서 살았기에 작가가 되는 방법을 몰랐고, 길잡이가 되어 줄 어떤 것도 있지 않았다. 지금이면 유튜브나 온라인 매체 등 얼마든지 자기가 꿈을 꾸는 분야에 대해 배울 기회가 많지만 그 당시에는 아니었다. 또한 부모님 역시 글짓기로 상을 받아오는 건 대견스러워하셨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일이고 공부에 전념하길 바라셨다. 선생님들 역시 네가 글짓기에 재능이 있으니 꿈을 키워보라고 하시긴 했지만 자칫 헛바람이 들어 공부를 등한시할까 봐 섣불리 말씀을 못하셨고 대신 책은 계속 읽어 나가라는 말씀을 해주신 기억이 난다. 그런 시절이었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교 이후 중, 고등학교 때는 글에 대한 관심은 확연히 줄어들고(입시가 중요했기 때문에) 대회들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일을 했다. 책을 손에서 결코 놓지 않았다. 시험공부하는 척을 하면서 책의 다음 부분이 궁금해서 몰래몰래 읽기 일쑤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글을 읽는 것도 공부의 하나인데 왜 그리 몰래 숨어 읽었는지 싶다. 그런 덕분인지 언어영역은 따로 공부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그것이 최선이었다. 대신 성적이 떨어지면 안 되기 때문에 책을 읽는 시간은 그야말로 잠자기 전, 일어난 직후 틈틈이 시간을 쪼개서 읽어야 했다. 그때 들었던 그 습관이 굳어져 지금도 지하철을 타거나 이동 시 진짜 잠깐의 틈만 나도 바로 책을 꺼내 읽는다.
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면서 홍보 쪽으로 길을 가게 되었다. 글을 쓰는 작가로 전업할 수는 없었지만 뭔가 메시지를 쓰고,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일이 좋았다. 내가 원하는 글을 쓸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다른 직업보다 글과 좀 더 가까이 있는 직업이어서 택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것도 그렇고. 그리고 중앙부처 메시지 담당 공무원으로 입직해 10년 동안 연설문, 기고문, 인터뷰 자료 등을 원 없이 썼다. 이 역시 내가 추구하는 글을 아니었지만 글과 가까이 있고 싶고 내가 가진 재능을 살리고 싶어 택했다. 그리고 지금은 대기업 홍보담당으로 자리를 옮겨 일을 하고 있다. 본격적인 작가의 길은 아니었지만 늘 근처에서 서성이며 글을 써왔다.
물론 그 시간들이 소중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기에 그런 면에서도 축복받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완전히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아니었다고 해도 언제나 글과 가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점 나의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던 차에 브런치를 알게 됐다. 나의 생각과 감정들을 써 내려가면서 실제 내가 쓰고 싶은 글들을 쓸 수 있는 나의 공간들. 일로써 쓰는 것이 아닌 진심으로 내가 쓰고 싶은 글이라는 점에서 브런치는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되었다.
아쉽게도 현재까지 일을 한다는 핑계로 시간에 쫓긴다는 핑계로 들쑥날쑥 쓰고 있지만 나의 오랜 최종 목표는 글을 쓰는 것이고 그 꿈은 지금도 유효하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 꿈은 이 브런치를 통해서 계속 키워나갈 것이다.
브런치가 10년을 맞았다. 내가 본격적으로 공무원으로서의 글쓰기를 시작한 시기쯤이다. 그동안 브런치를 알게 되었으니 나도 브런치와 함께 성장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일로써 글쓰기에 전념해 있는 순간에도 브런치는 나같이 일을 하면서 꿈을 키우는 사람들의 꿈을 이뤄주는 공간으로 변화해 왔다. 막막한 이들의 꿈을 독려하고 키워주는 꿈의 공간으로 단단히 성장해 왔다.
앞으로 20년, 30년, 50년까지 쭉쭉 성장해 K-작가의 등용문으로 성장해 나가길 바란다.
나 역시 브런치 20주년에는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 아니라 작가가 되어 다시 이런 글을 쓰고 싶다. 다시 한번 브런치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나의 꿈도 이제 본격적으로 추진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