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교체의 나비 효과
그러나 자동납부로 걸어 놓은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니어서 일일이 다시 등록해야 했다. 그동안 필요할 때마다 등록해서 이렇게 많은지 몰랐는데 결제가 월 말에 한꺼번에 몰리니 꽤 많았다. 며칠 간격으로 미승인이 뜰 때마다 일일이 들어가서 바꿔야 했던 것이다. 한꺼번에 바꿀 수도 없었다. 내가 어떤 것을 자동 납부해놓았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했기 때문이다. 미승인 문자를 받아야만 들어가서 등록할 수 있었으니 항상 핸드폰에 신경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등록 절차도 요즘은 카메라로 카드를 인식하게 하면 번호가 바로 떠서 등록이 되는데 되는 것도 있고 카메라가 켜져도 인식을 못하는 경우도 있어서 일일이 카드 번호를 적어 등록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 결제할 때에도 그동안 이 카드를 사용해 왔던 터라 온라인에서 뭘 사기 위해서도 싹 바꿔야 했다. 그동안 이렇게 이 카드에 의존하고 있으나 싶을 정도로 많이도 등록되어 있었다.
더군다나 삼성 페이를 쓰는지라 한 번 등록해 놓으며 실물 카드가 없어도 결제가 되어서 실제 실물 카드를 사용하는 일이 드물었다. 카드 교체 직후에 페이에 등록되어 있다고 생각해서 주문을 했는데 쓸 수 없는 카드라고 떠서 당황해 가방 속에 있는 카드를 내며 부랴부랴 계산하기도 했다. 즉, 한 번 카드를 등록해 놓고 자동납부를 하고 온라인 결제를 하고 삼성 페이를 쓰니 실물 카드의 존재는 사실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렇게 다양하게 활용하고 써왔다는 것도.
점점 편리함이 추구되면 거기에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실제로 예전에 카드를 바꿀 때에는 새로 발급받은 카드로 오프라인에서 사용하면 됐었다.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자동납부, 온라인 결제, 페이 사용 등 카드를 한 번 등록하면 저장된 채로 편리하게 쓰는 것이 일반화되다 보니 카드 교체가 이렇게 큰 파장을 불러올지에 대해서는 생각할 수 없었다. 으레 당연히 한 번 등록해 놓으면 계속해서 쓸 수 있는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기술의 편리함도 좋지만 때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겠다. 세상이 바뀌어가면서 확실히 이전에는 몰랐던 곳에서 불편함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새로운 불편함의 탄생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