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말 한마디

누군가로 인해 행복해진다는 것은

by 임진

일주일에 한 번씩 회사 소식들을 간추려 전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는 업무를 하고 있다. 매주 이슈를 발굴해야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힘든 건 누군가게 이 메일이 귀찮고 짜증 나는 존재면 어쩌지 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누군가 전화 해서 왜 보내냐고 항의한 적이 있었다. 근데 막상 이런 전화를 받으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수신 거부하면 되지 굳이 나에게 전화해서 따지는 건 왜일까 싶었다. 나도 일로 하는 거지 하고 싶어서 하나.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이 전화 한 통으로 한동안 소심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메일 하나에 짜증이 났을 정도면 얼마나 삶이 지옥이겠냐. 자기 삶이 힘드니 괜히 나한테 화풀이하는 것이겠지. 이 메일이 짜증나게 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막상 짜증난다고 하니 내가 짜증이 나는 이상한 상황 직면했다.


그래도 이 한 통 말고 대다수는 잘 보고 있다며 신을 주기도 하고 직접 전화를 걸어 직접 하시는 거냐며 응원의 말씀도 주셨다. 그러나 차츰 처음에 비해 읽은 사람이 줄 때마다 힘이 빠졌다. 매주 수신자를 체크하는데 확실히 초반보다는 읽는 사람의 수가 줄었다. 직접적으로 항의하는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지만 누군가 읽지 않고 바로 삭제해 버리는 메일을 위해 매주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일도 유쾌하진 않았다. 그래, 나도 뭐 위에서 시키니까 하는 거지. 이렇게 정신승리 아닌 정신승리를 하면서 더 이상 많은 에너지를 쏟지 않기로 다짐했다.


일로 안면이 있는 분께서 우리 사무실에 볼 일이 있어서 오셨다가 내 자리로 왔다. 러면서 보내주고 있는 거 매주 너무 잘 보고 있다고 말 문을 열었다. 어쩜 글을 그리 잘 쓰냐고.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당황했지만 스치듯 지나가는 그 말이 너무 고맙고 감사했다.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하니 매주 잘 보고 있다고 만나게 되면 꼭 이 말해주고 싶었는데 이제 보게 됐다며 활짝 웃으며 말씀하셨다. 나도 모르게 손을 덥석 잡으며 감사하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아무도 보지 않는 것 같으니 이제 대충해야지 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으면서 단 한 명을 위해서라도 계속 열심히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은 알까. 그 한마디가 다시 열심히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것을. 마침 모든 것들이 다 부질없고 왜 해야 하나 싶었던 일에 대해 다시 의욕을 가지게 해 주었다는 것을.


나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을 해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겉치레 인사라도, 스치는 말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용기를 내고 힘을 얻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 당분간은 이 기억으로 인해 일에 정진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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