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마음을 다치게 한 사람을 처벌해 줄 법은 없나요?

중대재해처벌법과 마음상해처벌법

by 임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산업현장에서의 안전을 위해 노동자가 숨지거나 여러 명이 6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을 경우 경영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이다.


10여 년간 논의를 통해 법으로 제정된 영국의 경우와 달리 우리나라 중대재해처벌법은 2주 만에 빠르게 시행이 결정되었다. 최근 총체적 부실 체계가 드러난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등 산업현장에서 잇따른 사고로 빠르게 추진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런 연유로 시행 하루 전까지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그동안 하루가 멀다 하고 산업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죽음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왔다. 원인을 따져보면 하나같이 미리 예견된 사고였다. 부실한 관리체계, 부조리한 운영, 불합리한 시스템 그리고 그 상황만 모면하고자 하는 관행 등 사람이 계속 죽어나도 어떠한 경각심도 시스템도 재정비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야기는 반복됐다.


그렇다고 과연 이 법 시행 하나로 달라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동안 사람의 목숨보다 효율성이 최우선 되었던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일종의 인식이 법으로 처벌한다고 해서 바뀔 수 있을까 해서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가장 강력한 법의 제정과 시행이 되어야만 뭐라도 움직이고 바뀔 것이기에 무엇보다 법 제정과 시행이 필요한 선행조치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 법을 통해 조금이라도 변화되고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하다.


그렇다면 과연 물리적인 죽음 말고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한 사람을 처벌해 줄 법은 어디 없을까? 산업 현장뿐 아니라 직장 혹은 가정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거나 마음을 다치게 했을 때 처벌할 수 있는 법 말이다. 물론, 사회적으로 갑질이나 직장 내 괴롭힘 등 권력 간에 발생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극단적인 경우에만 겨우 세상에 드러나고 대부분은 피해자가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드러난다고 해서 처벌받는 수위도 미비하다.


따라서 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동시에 물리적 상해뿐 아니라 마음을 상하게 하거나 상처를 입힐 때 이를 단호히 처벌할 수 있는 마음상해처벌법이 생긴다면 이 또한 바뀐 사회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물론, 입증하기가 무척이나 어렵고 나 역시 이 법에 자유로 우리라는 보장도 없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함부로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법의 제정되고 시행이 된다면 누군가를 대할 때 한 번이라도 미리 생각해 말할 수 있고 상대방의 무례함에 언제든지 이 법을 방패로 삼아 지켜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또한 매우 주관적인 생각이기 때문에 입증하고 처벌하기까지 수많은 사회적 비용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물리적인 상해도 상해지만 마음의 상처 또한 오래간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아도 아니 보이지 않아서 더욱 입증할 길이 없고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 이제는 어떤 형식으로든 마음을 다치게 하는 것에 대해 논의해 볼 단계라고 생각한다. 상징적이라도 이런 법이 제정되고 시행된다면 사회는 좀 더 바뀌지 않을까.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했고 상처를 입었다.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우리나라의 뼈 아픈 민낯이다. 사람을 갈아서 높은 탑들은 쌓아왔지만 정작 사람을 귀하게 대하지 않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통해 보다 산업현장에서의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사회가 아무리 바뀐다 한들 사람보다 위에 있을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마음상해처벌법 등 우리의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상징적인 법이 제정되어 보다 인간에 대한 접근이 근본적으로 이뤄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