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이라는 화두

이것은 올림픽인가? 자국의 운동회인가?

by 임진

쇼트트랙 경기를 보았다. 아니 실시간 보지 못했으므로 뒤늦게 봤다는 말이 옳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실시간으로 보지 못한 것이 더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 동시간에 보았다면 분노는 더했을 것이므로. 찬찬히 여러 번 돌려보아도 왜 우리나라 선수가 실격이고 다른 선수를 밀치고 심지어 손을 대어도 무법 질주의 중국 선수는 올라가는지 도무지 기준을 알 수 없었다. 경기가 치러지면서 새롭게 룰이 생겨나는 것 같다. 전 세계가 모르고 그들만 아는. 이른바 무소불위.


공정은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최대 이슈였다. 누구나 올바른 기회를 갖는 것. 그리하여 공정하게 승부를 가리는 것. 러나 치권에서 불거진 기회의 박탈 문제는 2030 세대의 상실감으로 이어졌고 현재까지 가장 중요하게 지켜져야 할 시대정신으로 정립됐다. 그러나 갈수록 부는 기회를 창출하고 이는 대물림 되는 형식으로 공고화되어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그래도 스포츠에서만큼은, 사회적으로 아무리 불공정이 만연해 있더라도 스포츠에서만큼은 특히, 올림픽이라는 세계인이 함께하는 대회에서는 공정함을 기대했다. 모두가 동등한 자격에서 정당한 승부를 겨루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일을 우리는 보고자 했다. 그런데 이렇게 큰 대회에서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눈 뜨고 코 베어갈 이런 모습을 목도하게 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리고 뻔뻔하게 모른 척하고 눈 가리는 아웅의 중국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동네 운동회라도 이러진 못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저 정도가 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마치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진 느낌이라고 할까. 정의 'ㄱ'도 꺼내기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세계가 아무리 힘의 논리로 돌아간다고 하지만 기본이 있고 지켜야 할 룰이 있다. 개막식 때 한복이고 김치고 죄다 자기들 것이라고 우기더니 이제는 모두가 다 보고 있는 상황에서 편파판정이라니.


이번 사태를 보면서 한번 더 공정이라는 화두를 생각한다. 목도하면 할수록 우리 사회에서 공정은 더욱 중요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공정을 집어삼킨 나라가 보여주는 저혈하고 몰상식한 나라의 행태를 보면서 한 번 더 절감한다.


4년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 우리 선수들, 특히 코로나 19라는 악재까지 겹쳐 더욱 힘들었을 우리 선수들에게 차라리 코로나는 약과였을지 모른다. 적어도 코로나는 누구나 조심해야 하고 제약된 환경을 공.평.하.게. 마련해 주었으니 말이다.


슬프게도 올림픽 내내 이런 상황은 계속될 것 같다. 개인의 노력이 한 국가의 이익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될 것 같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이번 올림픽을 반면교사 삼아 더욱 공정하고 투명하게 나아갔으면 한다. 정하지 못할 때 어떻게 되는지 한치도 빠짐없이 지켜보면서 반드시 바꾸어 나가야 하겠다.


마침, 호랑이의 기운의 2022년 임인년이 이제 막 시작됐다. 이 기운을 발판 삼아 올 한 해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로 발돋움되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이번 올림픽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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