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늦은 출발이 더 빨리 도착할 때가 있다.

결재가 빨리 이뤄지지 않더라도 조급해하지 말자.

by 임진

일에는 순서가 있다. 이때까지는 이런 순서가 필요하고 이 지점에는 적어도 이것까지는 해놓아야 적어도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절차 같은 것.


결재도 마찬가지다. 과장님의 검토 후 부장님 그리고 그 위로 넘어가는데 과장님의 결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가 없다.


평소 루틴으로 돌아가는 업무일지라도 가끔씩 과장님 결재선부터 막히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는 마음이 초조해진다. 웬만하면 잘해주시지만 너무 바쁘실 때는 기다려야 하는데 그럴라치면 층층이 연계되어 있는 다른 결재가 늦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특히 재 완료만이 목표라면 그나마 양반이지만 결재를 받고 다른 부서에 넘겨야 한다면 일이 커진다. 달라고 독촉을 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게 얽혀있는 가운데 과장님의 결재가 늦어졌다. 바쁜 현안이 있어 미쳐 보지 못하시는 상황으로 혹시나 하고 재촉해 보았지만 알겠다고 조금 있다가 본다고 하시곤 감감무소식이다. 조금 뒤면 다른 부서에서 전화가 오기 시작한다. 결재의 지연을 얘기해보지만 이미 알면서도 전화를 하는 거다. 사실 지연 이유가 결재 때문이지 내 개인적 호사를 누리기 위해 늦게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부서에서도 나름 액션을 취해야 하기에 형식상으로 연락을 하는 거다.


때로는 빨리 달라고 닦달하면서 자기네 부서가 검토할 때는 한없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보다 상위부서일 경우에는 항의하기가 쉽지 않다. 사람이 상위는 아닌데 또 부서가 상위이다 보니 자신이 상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착각하는데 어쩔 수 없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억울하게 갑질 논란에 휘말린다고 하는데 내 보기에는 억울할 것이 없다.


그러나 절대 내색해서는 안되며 읍소하며 시간을 겨우 끌어본다. 지노선이 턱 밑까지 와서야 겨우 과장님의 결재가 이뤄졌다. 다음 순서가 남아 있는데 웬걸 순차적으로 다른 결재들이 한 번에 이루어졌다. 다른 부서에서도 협조가 빠르게 된 것. 결과적으로 보면 통상 끝나는 시간보다 더 일찍 마무리되었다.


여기에서 인생을 본다. 남들보다 너무 늦었다고 그래서 남은 인생도 그러리라 생각되는 지점들이 있는데 오히려 한 번에 달리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좀 늦었다고 생각해도 너무 조급해하지 말며 남들보다 빠르다고 자만할 필요도 없다.


다만 이럴 줄 알았으면 과장님 결재가 늦어도 좀 더 편안하게 기다릴걸. 그러나 뭐 인생이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 또 그렇게 아까워할 필요도 없겠다.


삶에서 이렇게 인생을 배워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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