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의 역설

새로운 층간소음의 등장일까? 강제 아침형 인간 만들기일까?

by 임진

알람 소리에 잘 일어나는 편이다. 그래서 여러 번 설정해 놓을 필요도 없이 알람이 한, 두 번 울리면 자동으로 눈을 뜨고 일어난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아침에 쉽게 일어날 수 없으며 사람에 따라서 3분 혹은 5분 정도 간격을 두고 몇 번을 반복적으로 알람을 설정해야 겨우 일어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번에 바로 일어날 수 있는 것도 복이라고 말했다. 이 때는 이것도 복일 수 있구나 생각했다.


문제는 며칠 전부터 들려오는 알람 진동 소리가 들리면서부터다. 윗 집인지, 아랫집인지, 옆 집인지 모를 진동이 어느 날 아침에 갑자기 울려대기 시작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는 나 같은 유형이 아닌지 잠시 조용하다 싶더니 다시 몇 분 뒤 진동이 줄기차게 울리도록 내버려 두었다. 처음에는 지진이라도 난 줄 알았다. 그러다 상황 파악을 해보니 그 말로만 듣던 다른 집 알람 진동 소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새로운 층간소음이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것도 아침에.


보통 출근 시간이면 나도 어차피 일어나야 하니깐 선심 쓰는 셈 치고 일어나겠지만(또 어찌나 부지런한지 이 알람 진동은 내가 원래 일어나야 하는 시간보다 더 먼저 울리기 시작한다) 재택근무면 출퇴근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좀 더 잘 수 있는데 몇 분 간격으로 도무지 멈추지 않는 진동의 떨림이 결국 잠에서 깨어나게 했다. 이때 알람이든 진동이든 한 번 울리면 단번에 일어나는 것도 복이 아님을 직감했다. 결코 복일 수 없었다. 그러나 더욱 비극인 것은 정작 그 얼굴 없는 당사자는 한 번에 일어나지 않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일어나야 할 사람은 일어나지 않고 나만 매번 그 진동 소리에 깨어나다니.


이렇게 아침마다 벌어지는 새로운 층간소음으로 졸지에 아침형 인간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출근때문에 숙명처럼 아침형 인간으로 살아야 했지만 그나마 재택근무로 아침에 좀 더 잘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이제 이 마저도 줄어들 가능성이 농후에서 가뜩이나 아쉬운 마음인데) 난데없이 이상한 이유로 아침형 인간이 되니 짜증이 났다(알고 보면 나도 타고 난 아침형 인간이라기보다 출근에 길들여진 아침형 인간이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깨닫게 됐다).


좀 더 잘 수 있는데 계속 울리는 진동 때문에 결국 이부자리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막상 일어나니 재택근무 시간 전까지 한두 시간 정도가 남았다. 마침 집 주위에 스벅이 새로 생겨서 이왕 일어난 김에 가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지금 재밌게 읽고 있는 책을 읽기로 했다. 그런 뒤 9시 전에 집에 들어와 재택근무를 시작하니 재택근무할 때도 아침 시간에 여유롭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 재택근무할 때는 9시 전에 겨우 일어나 비몽사몽으로 메일을 보내면서 일과를 시작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초대하지 않은 불청객의 등장으로 평소 꿈꿨지만 할 수 없었던 재택근무 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후 업무를 시작하니 뭔가 모를 상쾌함마저 느껴졌다.


뭔가 이상하지만, 어쩐지 상황에 말려드는 것 같지만 이상하게 좀 더 좋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래서 인생은 아이러니의 연속이라고 했나.


인생이란 정말 살아갈수록 한 치 앞도 모르겠다. 또 어떤 방식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지도 감히 예상할 수 조차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하루 중 이때 먹는 커피만큼 맛있는 것도, 이때만큼 책이 잘 읽히는 순간도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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