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시그널
Santa, Tell Me if you're really there
바야흐로 11월이다.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2022년이 이제 2달도 채 남지 않았다. 올해는 유독 사회적으로 워낙 큰 이슈들이 많았던 터라 잘 지낸다는 것보다는 버텨낸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봄에 여야의 첨예한 대립 속에 새 정부가 출범했고 지금까지 정치적 대립은 계속 이어져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주고 있다. 그런가하면 여름에는 폭우로 인해 사상자가 발생하고 가을에는 세월호에 이어 국민적 슬픔으로 자리 잡게 된 이태원 참사가 있었다. 이제 시작될 이 겨울에는 또 어떤 일이 펼쳐질지 두렵다.
개인적으로도 회사 이전이라는 이슈로 1년 내내 마음고생을 했다.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할 것인지 아예 새로운 길을 갈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다. 결정이 유예된다거나 한다는 소식에 좀 더 있을 수 있을까 했지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으로는 그 가능성은 아예 사라져 버렸다. 나로서도 이렇게 결정되는 조직에 더 이상 미련이 없어서 새로운 길을 가기로 했는데 이런 선택을 하는데도 수개월이 걸렸다.
실상은 결정만 했지 본격적으로 움직이게 되는 것은 내년 상반기가 될 것이다. 이는 또다시 변동의 시기를 온몸으로 느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나마 한 가지 좋은 점은 내년 상반기까지만 다녀야지 하는 마음 때문에 조금은 마음이 홀가분해졌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결정을 하면 마음은 홀가분해지는 것 같다.
그런가 하면 몸이 종종 아팠는데 체하고 토하고 배탈이 나는 등 유난히 몸과 마음이 힘든 시기였다. 시기적으로 그런 해가 있다던데 작년이 꽤 만족하고 좋은 해에 속했다면 올해는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져 멘털을 꽉 잡고 있어야 하는 시기였다.
이런 와중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토요일 아침 스타벅스에 노트북을 들고 와서 무엇인가를 계속 도전하는 것이었다. 여름부터 이어진 그 행위는 이제는 습관이 되어 토요일 아침에 눈만 뜨면 자연스럽게 스타벅스로 향하게 됐다. 마치 김유신의 말처럼 눈을 뜨면 기계적으로 노트북을 챙겨 집 앞 스벅에 오는 것이다.
물론 더 잘 수도 있고 내년에 발생하게 될 일은 내년에 생각하자 할 수도 있지만 어쩐지 이렇게 뭐라도 끄적이거나 정보를 찾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한 것이 벌써 반년 가까이 되었다. 그만큼 마음적으로 불안함이 이런 행위를 나은 것은 아닌지.
날씨는 예년의 11월처럼 서늘하지 않고 이례적으로 봄 날씨처럼 화창하기만 한데 어쩐지 현재 놓인 상황 때문에 자꾸만 움츠려 든다. 이럴 때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언젠가 기회가 오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하며 스벅에 가는 것이 마음이 놓인다.
그런데 이 토요일 아침에 스타벅스에 있는 스피커 사이로 크리스마스 노래가 흘러나왔다. 아직 12월도 아니고 날씨도 춥지 않아 전혀 겨울의 크리스마스 흔적을 찾을 수 없지만 어쩐지 크리스마스 관련 노래가 흘러나오니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은 가볍고 뭔가 신나고 들뜬 마음이 되었다.
오전의 짧은 몇 시간 동안 이어지는 캐럴을 들으니 벌써 겨울이 온 듯, 크리스마스가 온 듯하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듣게 되는 노래나 문장 한 구절이 위로나 울림을 줄 때가 있다. 바로 이 순간이 그렇다.
전혀 크리스마스가 상황이 아닌데 이 공간을 가득 채우는 노랫소리만으로 벌써 크리스마스가 왔다.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크리스마스, 온 누리에 축복이 내려진다는 크리스마스라...
꾸준히 노력하면 상황이 잘 풀릴 수 있다는 것을 이 노래로 응답받은 것 같다. 다시 열심히 무엇인가를 끄적거려본다.
Santa, Tell Me if you're really t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