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가 주는 힘
엄마는 모든 가족 중심에 늘 있었다. 이는 가정이 모두 엄마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뜻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모든 가족들을 돌봐야 하고 신경을 써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최대한 엄마의 걱정을 덜어드리는 것이었으므로 나에게만큼은 손이 가지 않도록 혼자서 잘해야겠다는 마음을 늘 먹었다. 늘 뜻대로는 되지 않았지만.
언젠가 이런 나를 두고 엄마는 서운해했다. 여느 다른 자식들처럼 '이것 해줘, 저것 해줘' 하지 않고 무조건 괜찮다고 알아서 한다고 신경 쓰실 것 없다고 말하는 통에 서운하다는 말씀이셨다. 그러나 나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내가 엄마가 짊어진 짐을 덜어들일 수는 없지만 나에게만큼은 신경을 덜 쓰셨으면 하는, 나로 인해 걱정하거나 손이 가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맨날 아웅다웅하던 가족들이 어느 기점을 두고 점차 자리를 잡았다. 엄마, 아빠가 조카를 봐주러 서울로 오시면서 끊이지 않던(?) 갈등들이 서로 타협을 찾아가면서 자리를 잡았고 이에 100퍼센트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안정화 되었다.
이 얘기를 전해 들으면서 기뻤다. 그동안 늘 바빠서 함께 할 기회는 많이 없었지만 언제나 늘 걱정이었다. 그런데 어느 정도 해결이 되어 다시 엄마의 웃는 모습을 보게 되니 그것만으로 행복했다.
"이제 나만 잘하면 되겠네"
이제 모든 가족들이 안정되고 자리를 잡았으니 나만 잘하면 되겠다며 엄마와 통화하면서 말했다.
"너는 늘 잘하고 있어"
엄마의 이 말에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가끔씩 서운하다 하셨기에 이런 생각을 하시는지 전혀 몰랐는데 나를 믿어주시고 내가 하는 일들을 지지해 주고 계신다는 생각에 울컥했다. 이번 주만 해도 음식을 잘 못 먹어 탈이 나 회사에 출근하지도 못할 정도로 자기 관리를 못한 못난 자식인데도 엄마는 여전히 늘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신 것이다.
나도 조심스럽게 용기를 내어 말해 보았다.
"집에 먹을 음식이 없는데 엄마가 밑반찬 좀 만들어 줄 수 있어?"
엄마는 당장 마트부터 가서 장을 봐와야겠다고 정말 오랜만에 자식이 부탁한 일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