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다.
두 발로 뚜벅뚜벅 혹은 너털너털 걷는다.
그렇게 걷는 소리가 들리면 비로소 깨닫는다.
아, 내가 살아 있구나. 살아서 걷는구나.
뚜벅뚜벅이든 또각또각이든 너털너털이든 그렇게 나의 걸음 소리를 들으며 살아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다. 걷는다는 것은 나에게 살아 있다는 또 다른 표현이다. 여행을 할 때면, 특히나 외국을 여행할 때면 꽤나 많이 걷는다. 세계는 넓고 가 보고 싶은 곳은 많기에 오늘 아니면 다시는 못 올 것처럼, 오늘 아니면 다시는 이 풍경을 못 볼 것처럼 걷는다. 그렇게 풍경을 보고 사람을 보고 하늘을 보고 거리를 보면서 난 살아서 여행하고 있음에 언제나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걷는다는 것은 느림의 또 다른 말이다.
차를 타고 빠르게 지나가면 볼 수 없는 것들을, 느낄 수 없는 것들을, 그 존재조차 알 수 없는 것들을 걷게 되면서 볼 수 있었다. 거리의 이름 모를 꽃들과 저 멀리 바다를 품은 하늘과 다양한 사람들만큼이나 다양한 표정을 걷기 시작하면서 볼 수 있게 되었다. 한 걸음씩 때론 열 걸음씩 그렇게 걸으면서 보이기 시작한 것들은 언제 어디를 여행하든 그 여행을 충만하게 해주었다.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오랜 시간 전 지구의 주인이었던 공룡도 그래서 걸었을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커다랗고 무거운 덩치를 이끌고 바다를 향해 걸었던 그들은 바닷가에 부딪혀 부서지는 하얀색 포말을 향유하고 싶어서 그렇게 걸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바닷가에 서서 자신이 살아 있음을, 살아서 숨 쉬고 있음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아주 오랜 후, 그러니까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시간이 흐른 후 이제는 그 공룡들이 남긴 발자국이 나를 그들이 있었던 곳으로 인도하고 있다. 그들의 발자국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파도를 향유하고 바다를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 있음을 깨닫고 그곳에서의 충만감을 얻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