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는 이유, 사진을 찍는 이유

충남 서천에서

by 알케이

“저기요-"


노출과 셔터 스피드를 조절하고 뷰 파인더를 통해 이리저리 구도를 맞춰보고 있는데 어느 중년 여성의 것으로 여겨지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서천에서, 그것도 특화 시장에서 굳이 애써서 날 부르는 사람이 있을 리는 만무하니 살짝 무시하고 계속 구도를 맞춰보는데 같은 목소리가 또 한 번 들려온다.


“저기요-“


호기심이라면 호기심이고 궁금증이라면 궁금증으로 날 부를 리 전혀 없는 곳에서 소리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예상외로 그 목소리는 나를 향하고 있는 것이었다.


“사진 왜 찍어요?”



어느 작은 가게의 주인인 듯한 아주머니가 목을 삐죽이 세우고는 묻는다. 딱히 시비를 거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시비 걸 일은 없으니까, 그렇다고 사진을 왜 찍는지 정말로 궁금해서 묻는 것 같지는 않은 이 질문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망설이다 짧게 말했다.


“처음 와서요.”


“어디서 왔는데요?”


“서울이요.”


“그렇구나. 쇼핑 많이 하고 가세요.”


아주머니의 부드러운 웃음과 함께 뜬금없는 마무리로 끝난 이 대화를 뒤로하고 찍으려던 사진을 마무리하기 위해 뷰 파인더를 다시 들여다보던 나는 결국 사진을 찍지 못하고 그 자리를 벗어나야 했다.



나는 사진을 왜 찍는 걸까? 나는 여행을 왜 하는 걸까?


시장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의 질문은 인간이 살아가는 가장 본질적인 것에 관한 물음이었다. 최소한 나에게는 그랬다. 새로운 세상을 보고 새로운 경험을 위해 여행을 하고, 여행을 하다 보니 꼭 기억하고 싶은 장면들이 있고 그것을 기억하려다 보니 사진을 찍는다는 교과서적인 대답 말고 정말 내 안에서 나를 그렇게 움직이는 진짜 본질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한 그런 물음이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도 사진을 찍을 때나 여행을 할 때면 그 아주머니의 질문이 이따금씩 떠오른다.


“사진 왜 찍어요?”


여행을 하다 보면 철학자가 되는 모양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사진의 힘은 그렇게 잊혀졌던 시간을 되돌리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