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그 어떤 사람

by 알케이

과연 따뜻해지긴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몸서리치게 춥던 날씨가 어느 순간 갑자기 풀리더니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긴 겨울의 끝자락에 내린 비라 봄 비라고 생각했건만 비가 그치고 나면 다시 추워진다니 따뜻함을 기대하긴 조금 이르다는 생각도 들긴 한다.


유난히 추위를 타던 너라는-사실 옷을 얇게 입고 다닌 이유이긴 했지만- 기억이 떠 올라 이젠 좀 괜찮겠구나 싶었는데 다시 추워진다니 네가 맞이할 봄은 이렇게 애간장을 녹이며 한 걸음씩 오는구나.


사실 너와 나 사이에 ‘비’라는 공통분모가 그 어느 기억에도 없는데 오랜만에 내리는 비에 하염없이 네가 떠오르는 이유를 나도 몰라서 안절부절 못하고 담배를 피며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다 부산스럽게 집안일을 하다 책을 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버린 어느 일요일 오후.



마음을 정리하고자 소리 나는 전자제품-이를 테면 TV 같은 것-을 모두 끄고 조용하게 집 안을 만들고는 예전에 읽었던 책을 꺼낸다. 그리고는 읽으면서 밑줄 친 부분을 찾아 다시 한번 그 부분을 읽어보며 가슴에 담고는 나중에 또 한 번 되새김질 하기 위해 공책에 적는다.


벌써 10년 전부터 하던 일인데 아직 작은 공책의 반 밖에 안 채웠으니 그동안 많이 게으르긴 게을렀나 보다.


이따금씩 시간 날 때면 그 공책을 펼쳐 적어두었던 소중한 구절들을 읽어보곤 하는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사람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 경험하면서 가슴에 담아두었던 얘기들이 한 글자 한 글자 눈에 읽히고 가슴에 새겨진다.


그래, 결국 정답은 사람에 있다.


‘있는 것 같다’라고 가정하지 않고 ‘있다’라고 단정하는 이유는 가슴 절절이 느끼고 또 느끼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TV 프로그램도 사람 이야기고, 쌓아두고 읽는 책들도 사람 이야기며, 시장에서 언제나 느끼고 오는 것도 사람이며, 직업 역시도 결국엔 사람이 주인공이니 사람을 벗어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결국은 사람이 아니던가.



사람 이야기에 눈물짓고, 사람 이야기에 털털 웃고, 사람 이야기에 가슴이 알싸 해지는 것은 결국 그 중심에 ‘사람’이 있어서가 아니던가.


너도 그 ‘사람’ 중에 한 명이었다면 조금은 아쉬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다고 조금은 ‘특별한 사람’이라고 하기엔 내가 너무 못나 보이고 약해 보여서, 굳이 정의하자면 ‘그 어떤 사람’ 정도라고 해두는 것이 어떨까라고 혼자 생각해 본다.


어둠이 머리 꼭대기까지 차 오르니 비가 그친 듯하다. 창 문을 열어보니 물기를 머금은 특유의 비 냄새가 코 끝으로 확 다가온다. 서서히 다가오는 봄만큼이나 서서히 물러가는 겨울의 심술에 몸조리 잘 하렴.


안녕-

‘그 어떤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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