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만 살아 있는 게 아니다. 집도 살아 있다.
어둠 속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한 겨울, 휴일 저녁의 어둠은 을씨년스럽다.
지나가는 몇몇의 발걸음 소리만 나지막이 들려온다.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겨 본다.
그냥 가기에는 뭔가 아쉬운 느낌이 한켠에 남아 있다.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준세이가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피렌체의 뒷골목이 주는 낯선 느낌의 골목이 아닌
익숙하고 낯익으며 고즈넉한 느낌의 골목들.
겨울에는 추워서 사진을 잘 찍지 못한다.
어둠 속 골목 사진이라면 더더욱.
골목의 어둠은 거리의 그것보다 훨씬 을씨년스럽다.
하지만 그 속에 무언가 자그마한 온기가 느껴진다.
부스럭 혹은 달그락.
낮은 창문을 힘겹게 뚫고 들려온 소리는
‘나 아직 살아 있소’라고 얘기하는 듯하다.
사람만 살아 있는 게 아니다. 집도 살아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을 간직한 골목길 가로등.
누구는 여기서 울분을 토했을 테고,
누구는 여기서 사랑의 밀어를 나누었을 것이다.
누구는 시원하게 배설을 했을 테고,
또 다른 누구는 세상의 역겨움을 뱉어 냈을 일이다.
이리저리 발걸음을 옮기다 또다시 거리의 어둠과 만난다.
헤어짐은 만남을, 만남은 헤어짐을 의미한다고 했던가.
그저 의미 없는 반복에 지쳐 집으로 향한다.
따뜻한 소리가 있는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