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골목에서 (2)

서울 중계동 104번지.

by 알케이

백사마을에서 세 번째로 느낀 것은 ‘안타까움’이었습니다.


나름대로 예의를 지키고자 조용히 사진을 찍던 어느 좁디좁은 골목에서 마주친 한 아주머니는 왜 사진을 찍냐고 물었습니다. 선뜻 개발되기 전에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 찍는다고 얘기할 수가 없어 머뭇거리자 아주머니는 제 마음을 읽으셨는지 ‘개발 된다니까?’라고 되물으시면서 그러면 여기서 한 번 살아보라고, 얼마나 불편한지 살아보라며 신경질 섞인 말을 남기고는 집 안으로 들어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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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되기 전 낭만이나 추억을 담으려고 사진을 찍는다는 얘기를 한 것도 아닌데 그 아주머니는 백사마을에 사는 피곤함을 담아 저에게 속풀이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안타까웠습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은 좁은 골목만큼이나 좁은 삶의 터전을 의미했고 그곳에서 연탄이라는 희생을 감내해가면서 살아가는 것은 꽤나 힘든 일임에 분명할 것입니다. 그래서 그곳에 사는 분들은 어서 그곳이 개발되길 바랬을 것이고, 개발된다는 소식에 여기저기서 카메라를 들고 와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보기 싫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 아주머니가 동네 사람들의 마음을 대신해서 저에게 한 마디 쏘아 부쳤는지도 모르겠고요.


사실 제가 백사 마을에 가기 전에 인터넷을 통해 이 곳을 검색해보니 이곳에 대한 사진이 꽤나 많이 검색된 것으로 봤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다녀갔을 거란 사실은 명명백백했고, 그만큼 이 곳에 사는 분들은 자신들의 터전이 좋은 이미지가 아닌 ‘달동네’란 이미지로 남들에게 공개되는 것이 불편했는지도 모릅니다.


저라도 제 삶의 터전이 내가 원하지 않는 이미지로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되고 공유되는 것이 싫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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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 그곳이 개발되었는지, 개발되었다면 어떤 모습으로 변했는지, 아니면 아직도 개발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곳이 번듯하니 잘 개발되어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텅 빈 적막감과 안타까움이란 단어가 그곳에서 사라질 테니까요. 그래야 그곳에 살고 계신 분들이 조금 더 편해지실 테니까요.


그래도 따뜻함은 여전히 남아 있을 테니까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