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고성에서 (2)

by 알케이

그렇게 동네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데 한 마을 주민 아저씨가 사진 찍기 좋은 곳을 몇 군데 알려주셨고 그 아저씨가 얘기해 준 곳에서 이리저리 각도를 잡아보는데 아저씨가 질문을 합니다.


“최씨 고가는 봤어요?”

"아니요, 잠겨 있던데요?"

"그래요?"



그리곤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열쇠 꾸러미를 들고 나타나서는 앞장서 가더니 문을 열어주시는 겁니다!

주인 분이 여기 살지 않아서 집 관리 차원에서 열쇠를 마을에 보관한다고 하니 이 아저씨를 만나지 않았다면 눈 앞에서 명소를 보지 못하고 지나칠 뻔했다는 생각에 얼마나 다행인가 싶었고 이 또한 여행이 주는 또 다른 묘미이며 재미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렇게 주인 없는 집에 몰래 발걸음을 들여놓으니 첫눈에 들어오는 건 아담하다는 느낌이 드는 한옥이었습니다. 집 안을 구경하고 싶었지만 차마 주인 없는 집 안까지 발을 들여놓을 수는 없어서 마당에서 사진을 찍어 봅니다.


한옥마을이나 삼청동 한옥마을에서 주는 것과 또 다른 느낌이 한가득입니다.


그리고는 아저씨의 안내를 받아 뒤뜰로 향하자 나도 모르게 ‘와!’라는 놀라움의 감탄사가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교적 좁아 보이던 앞마당과 아담해 보이던 한옥과는 달리 뒤뜰의 크기는 꽤나 넓었으며 그곳에 자리하고 있는 안채라고 불러야 할 듯한 또 다른 한옥의 모습도 고풍스러웠습니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숲을 뒷배경으로 놓고 따뜻한 햇빛을 받은 안채는 흡사 누군가가 뒤에 숨겨 놓은 중요한 것이 서서히 드러나듯이 놀라운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그뿐이 아니라 안 채를 지나 오른쪽으로 가면 넓은 대나무 숲이 나타납니다. 도대체 최씨 고가의 경계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모를 정도입니다. 그렇게 들어선 대나무 숲에서 버릇처럼 눈을 감고 귀를 기울여 봅니다.



처음 고성에서 맞이해 준 보리밭이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평온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대나무 숲은 바람이 불 때마다 들려오는 아름다운 소리에 매료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보는 것보다는 듣는 것에 집중하게 되는 곳입니다.


그렇게 조용히 귀를 열고 기다리면 바람 속에 나부끼며 내는 대나무 잎들의 소리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전 대나무 숲을 꽤나 좋아합니다.


그렇게 얼추 최씨 고가의 구경을 마쳤을 때쯤 아저씨가 다시 한번 물어봅니다.

"우리 집도 한 번 보실래요? TV에 나온 집이 우리 집인데."

이런 횡재가 있을 수가. 방송에서 출연자들이 먹고 잔 집을 실제 볼 수 있다니. 그것도 아무 기대도 안 하고 그냥 떠날 뻔한 상태에서 이런 얘기를 들으니 웬 떡이냐 싶어 덥석 물었습니다.



"그럼요"

그날 저는 학동 마을의 가이드 아닌 가이드 분을 제대로 만난 듯했습니다. 그분이 아니었으면 학동마을의 절반도 제대로 못 보고 돌아갈 번 했으니까요.


최씨 고가의 바로 옆 집이었던 아저씨의 집도 꽤나 운치 있었습니다.

마당 한쪽에 장독대도 있고 곳곳에 피어 있는 꽃들과 식물들이 예쁘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TV에 등장해서 관심 있게 봤던 그 집이 그대로 있어서 TV를 보며 느꼈던 여운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가이드 아닌 가이드 아저씨의 집을 둘러보는 것으로 경남 고성에서의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여행을 하길 잘했다고,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낯선 사람에게는 베풀기 힘든 친절과 따뜻한 미소를 볼 수 있었던 행운이 있었고 그 행운을 전해준 아저씨가 있었기에 참으로 따뜻한 여행이었습니다.


Legg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