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세이 #27. 익숙해짐에 대한 변명

기억이란 익숙함의 또 다른 말이 아닐까

by 알케이

모든 판단은 후회를 남긴다.

하나를 포기하고 나머지를 택해야 하기 때문에

택하지 않은 것으로부터의 미련에 대한 후회는 항상 남기 마련이다.

다만 오래 후회하느냐 짧게 후회하느냐가 결정되는 것일 뿐이다.


그러고 보면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후회하는 것이

더 낫다는 얘기는 거짓말이다.

오래 후회하느냐 짧게 후회하느냐를 선택하는 것이지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익숙해지지 않아야 한다.


'받아들여진 운명'인 사랑이나

'거부된 운명'인 이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익숙해지지 않아야 오랜 후회보다는

짧은 후회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상처 받지 않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바로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니까-

익숙해지면 그만큼 자유로울 수 없으니까-


사람의 감정이란 참 묘해서 한 번 익숙해지면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것을 자꾸 토해냄으로 해서

그것을 지우기까지,

익숙한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까지

많은 시간의 고통을 이겨내야 하니까-


그러고 보면 기억이란 익숙함의 또 다른 말이 아닐까.


그곳에 가고 싶었다.

그곳이 어디든 그곳에 가면

오랫동안 후회할 것이냐

짧게 후회할 것이냐


아니, 그것보다는

너에게 익숙해질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을 테니까-

그만큼 자유로워질 수 있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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