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케이 Feb 03. 2022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 (1)

캐스트 어웨이, 아멜리에

TV 오락 프로그램이나 인터넷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 중에 ‘무인도에 가게 된다면 꼭 가져가고 싶은 것 3가지는?’ 것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농담처럼 주고받는 이 대화들 속의 무인도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아니 오히려 어쩌면 낭만적으로까지 그려지지만 정작 무인도는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전기도, 가스도, 핸드폰도, 인터넷도 없는 무인도는 공포 그 자체인데요 그중에서도 무인도를 가장 무서운 곳이라고 생각되게 하는 이유는 말 그대로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여기서 사회라는 것은 가장 작게는 ‘가족’이라는 집단이고 가장 크게는 ‘국가’라는 집단이 될 것입니다. 


그런 여러 집단 속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정해진 역할에 따라 ‘상호 관계’를 맺으며 그 안에서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인도는 어쩌면 지구 상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장소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는데요, 많은 분들이 보고 명작으로 꼽는 영화 중 하나인 [캐스트 어웨이 (Castaway)]라는 영화가 그런 부분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비행기 추락 이후 무인도에 홀로 남겨진 주인공 척 (톰 행크스)이 얼마나 처절하게 외로워하며 살아가는지, 그리고 얼마나 살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지를 표현한 이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하이라이트로 꼽는 부분은 척이 배구공에게 윌슨이라는 이름을 붙이며 인격화 시키고는 대화를 한다는 점입니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사회적 집단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혼자서 살 수 없는 척에게는 상호 관계를 맺을 또 다른 구성원이 필요했던 것이죠. 


하지만 척은 지속적으로 무인도 탈출을 시도하며 자기가 살았던, 자기가 속해 있었던 ‘사회’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합니다. 


윌슨이 자신에게는 큰 의미가 되지만 윌슨에게 척은 아무런 존재도 아니며 그 어떤 의미도 갖지 못하는 ‘일방적인 관계’이기 때문인데요, 사람이 상호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는 것은 서로 간에 어떤 의미가 있는 존재라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상호 관계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지 못하는 존재가 갖는 가장 무서운 것이 바로 ‘외로움’인데요, 그래서 김춘수 시인도 [꽃]이라는 시에서 ‘우리는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고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이 사회적 집단임과 동시에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가 없는 존재라면 지극히 외로울 수밖에 없다는 존재임을 아름다운 시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무인도가 아닌 일상적인 사회 안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고 해서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어린 왕자]로 유명한 생텍쥐페리가 ‘인간이 외로운 것은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만남이 없어서라는 것을, 만남이 없는 모든 장소가 사막이라는 것을, 사막은 도시에도 있다’고 한 것처럼 우리는 수많은 관계를 맺으며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지만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과 고독을 호소하며 살아갑니다. 


매일 얼굴을 마주하고 함께 식사를 하고 저녁에 함께 술을 마시며 많은 사람들 속에 살아가지만 뒤돌아서는 순간 상대방에게 의미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며 외로워합니다.


 

그리고 프랑스 영화 [아멜리에]와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은 이런 도시 안에서의 사막, 즉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느끼는 외로움을 굉장히 잘 표현한 영화입니다. 



오드리 토투가 연기한 아멜리에는 시종일관 귀엽고 앙증맞은 4차원적인 유쾌함을 보여 주지만 그녀의 주변에는 집 안에만 틀어박혀 그림을 그리는 뒤파엘 할아버지, 지능이 조금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시도 때도 없이 주인에게 구박받는 채소가게 종업원 루시엥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스토킹이란 수단으로 자신의 삐뚤어진 사랑을 표현하는 조셉과 남편이 죽은 지 수년 만에 그가 살아있을 때 보냈던 편지를 받게 된 아멜리가 사는 건물을 청소하는 아줌마 그리고 아멜리가 어릴 적 사별하면서 혼자 노년을 보내고 있는 아멜리에의 아버지와 같은 외로운 사람들, 지독하고도 치열할 정도로 외로운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이 영화에 등장하는 3류 작가 히폴리토가 얘기한 ‘당신이 없는 오늘의 삶은 어제의 찌꺼기일 뿐’이라는 대사는 이 영화를 상징하는 문장처럼 느껴집니다. 


이 영화는 등장인물뿐 아니라 촬영 기법을 통해서도 외로움을 전달하는데요 엉뚱하고 귀여운 아멜리에가 외로움을 상징하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통해 겪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을 일반적이지 않은 카메라 워킹과 독특한 색감을 통해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은연 중에 드러냅니다. 



이미 10년이 넘은 시간 전에 개봉한 이 영화는 [델리카트슨]으로 유명한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이 헐리웃에서 [에어리언 4]를 완성한 후 프랑스로 복귀해서 만든 작품인데 개봉 당시 프랑스에서만 800만 관객을 돌파했을 정도라고 하니 프랑스 사람들도 이 영화를 통해 도시 안에 존재하는 사막에서 느끼는 외로움에 대해 많은 공감을 한 것이 아닐까 하네요.


      

* 물론 배구공 자체가 ‘윌슨’이라는 브랜드에서 제공한 PPL이기도 하다.


-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극장에서 인문학을 읽다- 카카오 뷰로도 만나보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