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동남아 일주
사파에서의 마지막 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표를 알아보다가
베트남 저가 항공사인 비엣젯 항공 사이트에서 굉장히 저렴한 표를 구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저가 항공이 짐을 붙일 때 (Check In) 짐 한 개당 또는 무게에 따라
별도로 요금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베트남에서 귀국하는 거라 비엣젯 한국 사이트에서는 구매할 수 없어서
베트남어로 된 외국 사이트에서 구매했으며
다행히 한국어 지원이 돼서 구매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이틀간의 짧다면 짧고 길 다면긴 하노이 여행을 마지막으로 모든 여행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들어가는 날.
하노이 시내에서 신공항으로 가는 막차가 조금 일찍 출발하니 공항에 너무나 일찍 도착했다.
비행기 시간은 새벽 1시 45분인데 공항 도착 시간은 7시였나.
특별히 할 일이 없어 공항을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배가 고파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어차피 저가 항공이라 밥을 안 줄 테니 미리 먹어두는 게 좋으니까.
어디서 뭘 먹을까 두리번거리다 2층의 식당에서 아주 저렴하게 음식을 파는 것을 발견하곤 바로 주문을 했다.
닭다리 튀김 한 조각과 푸짐한 볶음밥 거기에 음료수 한 잔까지 합한 가격이 불과 59,000 동!
세상에 햄버거 세트 하나 가격도 안 되는 가격으로 이런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공항에 있다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더군다나 합법적으로 담배도 필 수 있어서 담배 피러 굳이 청사 바깥으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저녁과 함께 세트에 포함된 음료 중에서 주문한 수박 주스를 마시며 지난 여행을 되돌아본다.
홍콩을 거쳐 말레이시아,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를 지나 베트남 호치민에서 이 곳 하노이까지.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불과 어제 있었던 곳 같은 그 여행지들을 떠 올리며
무엇을 했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하나씩 되짚어 봤다.
태어나서 이 나이가 될 때까지 이렇게 장기 여행을 해 본 적이 없었던 터라
매일매일이 긴장의 연속이면서도 즐겁고 유쾌한 때로는 속상하고 짜증 난 경험들로
가득했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여행이었다.
그리고 아무 사고 없이, 소매치기 한 번 안 당하고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스스로를 대견해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체크인 시간이 되어 비엣젯 카운터로 가서 줄을 서고는 내 차례를 기다린다.
아무래도 서울로 가는 비행기다 보니 한국 사람들이 여러 명 보인다.
15분쯤 기다려 내 차례가 되어 카운터로 가서 수속을 밟는데 갑자기 뜬금없는 얘기를 한다.
“이 짐을 보내려면 75만 동을 더 내야 됩니다.”
이게 무슨 소리야?
그래서 난 무슨 얘기인가 물어보니 짐을 부치려면 (Check In 하려면) 75만 동을 더 내야 한다는 얘기란다.
“무슨 소리야? 분명히 너네 사이트에서 예매할 때 요금에 허용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아니란다.
자기네 규정은 짐을 부치는데 별도의 요금을 받는데 7kg까지는 무료로 들고 갈 수 있다고 한다.
대체 이게 무슨 황당한 상황인가 싶어 다시 말했다.
“너네 웹사이트에서는 요금에 허용이라고 되어 있었다고.”
그러자 이 아가씨 뭔가 일이 복잡하게 될 것을 한쪽을 가리키며 배기지 티켓 (Baggage Ticket)을 사 오라고 하는데 그곳은 부스처럼 생긴 비엣젯 사무실이었고 남 직원과 여 직원이 각 1명씩 근무하고 있었다.
일단 남 직원에게 가서 상황 설명을 조곤조곤하게 했다.
그런데 이 직원이 똑같은 얘기를 한다.
자기네는 규정상 짐을 부치는데 별도 요금을 받는다는 거다.
그래서 살짝 짜증이 나서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너네 웹사이트에서는 그런 말 없었고, 요금에 허용이라고 되어 있었다고!”
그때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이 남직원은 차분한 말투로 다시 설명하면서 옥신각신 하는데
자신들은 어쩔 수 없다며 규정이라고 한다.
그때 난 속된 말로 뚜껑이 완전히 열려서 큰 소리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건 너네 규정이고. 그러면 번역을 제대로 해야 될 거 아니야! 너네가 요금에 허용이라고 써 놔서 내가 샀지, 아니면 다른 항공사를 이용했을 거 아니냐고!”
그러자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못 하다가 가끔씩 오버 웨이트 (Over Wieght) 된 사람들이 비용을 지불하러 오면 돈을 받고 표 같은 것을 주기만 했다. 난 더 어이가 없어서 다시 소리쳤다.
“대체 내가 왜 75만 동을 더 내야 하냐고. 너네의 잘못된 번역 때문에!”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들은 규정대로 돈을 받아야 했고 아니면 난 비행기를 탈 수 없었다.
그래서 한 30분 간을 그렇게 따지다가는 결국 75만 동을 내고는 표를 받고는 체크인을 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비엣젯 영문 페이스 북에 증거 사진과 함께 항의 글을 남겼으나
연말연시가 겹쳐 뒤늦게야 달린 답글에는 공항에서 들은 것과 같은 얘기만 쓰여 있는 황당함을 보여줬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어느 카페에 올렸더니 이미 비엣젯은 이런 것뿐 아니라
연착으로도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이 타기를 싫어하는 항공이었다.
정말 나의 행복하고 추억 가득한 여행의 마지막을 제대로 망쳐 버린 비엣젯 항공이었고,
다시는 비엣젯을 타지 않으리라고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