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대체될지도 모르지만, 커리어를 결정한다는 것
나는 지금 7년 차 직장인이다.
미국에서 나름 이름 있는 회사에 다니고 있고, 고소득자다. 무엇보다도, 지금 하는 나의 일이 좋다.
화가 날 때도 많고, 내가 정말 잘하고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는 순간도 잦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은 여전히 재미있고,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30대에 미국 로스쿨을 선택하는 건 나에게 꽤 큰 결심이었고, 동시에 과감한 결정이었다.
문과의 끝은 결국 로스쿨이라는, 어쩌면 너무 오래된 생각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직장인으로서 이 일을 과연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노후에 대한 막연한 걱정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지금의 내 직업은 분명 재미있다. 하지만 회사에 고용된 직장인인 만큼 대체 가능성과 직업 안정성에 대한 불안이 늘 따라다닌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레 전문직을 생각하게 되었다. 라이선스와 전문성을 가진 직업이라면, 조금은 더 오래, 조금은 더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솔직히 말하면, 높은 소득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로스쿨이라는 진로를 선택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
어쨌든 나는 미국 로스쿨에 지원했고, 운이 좋게도 2026년에 로스쿨에 입학할 예정이다.
그런데 문제는, 로스쿨 입학이 결정된 지금도 마음이 완전히 가볍지는 않다는 점이다.
나는 AI를 거의 매일 사용한다.
업무에서도, 글을 쓸 때도, 모르는 것이 생겼을 때도, 생각을 정리할 때도, 심지어 애인과 싸웠을 때도 AI를 사용한다.
그래서 AI의 한계를 모르는 건 아니다. 틀릴 때도 많고, 맥락을 놓칠 때도 있으며, 아직은 사람이 개입하지 않으면 위험한 순간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가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히 체감한다. 예전에는 AI의 답변을 참고 자료 정도로만 활용했다면, 요즘은 점점 더 많은 부분을 그대로 사용하게 된다.
그래서 AI가 변호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뉴스를 봤을 때, 심장이 덜컹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괜히 버리는 것은 아닐까. 꿩 대신 닭이 아니라 꿩 대신 꽝을 선택한 것은 아닐까. 로스쿨을 졸업하고 난 3년 후에는 AI가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해 있을 텐데, 나는 일자리 없이 졸업하는 건 아닐까. 설령 일자리가 있다 하더라도, 그 일이 내가 기대했던 만큼 가치 있는 자리일지, 여전히 사회적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있을까.
아직 로스쿨에 입학하기 전이고, 로펌에 발 한 번 제대로 들여놓아 본 적도 없기에, 나는 변호사가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 어떤 업무가 대체될 수 있는지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변호사는 절대 대체되지 않는다"거나 "AI는 결국 인간을 이길 수 없다"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만큼의 지식이 아직 없다.
다만, AI를 무시하거나 멀리하는 태도야말로 지금 시대에는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AI는 직업 자체보다는, 직업 안에 포함된 수많은 업무, 혹은 잡무를 대체하고 있다.
실제로 나는 내 업무의 상당 부분을 AI로 처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할 일이 줄어들었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중요하고, 인간의 사고력과 판단력이 필요한 일에 내가 할애하는 시간이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법률 시장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Big Law(대형 로펌)에서는 신입 변호사들이 문서 검토나 자료 조사와 같은 반복적인 업무를 맡고, 그 투입 시간을 기준으로, 클라이언트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업무를 AI가 대신하게 되면, 신입 변호사가 충분한 billable hours를 만들어내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로펌 입장에서는 시간을 많이 청구하지 못하는,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 주지 못하는 인력을 굳이 유지할 이유가 줄어든다. 더 나아가, 그런 업무를 맡길 필요 자체가 줄어들면 신입 인력을 예전만큼 많이 뽑을 필요도 없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AI의 도입은 Big Law 신입 채용 규모 축소, 나아가 법률 고용 시장 전반의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하지만 동시에, Big Law의 수익 구조 자체가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의미 없는 반복 작업이 줄어들고, 단순히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입했는지가 아니라, 업무의 완성도와 실질적인 가치에 따라 성가와 고과 평가가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Big Law에 일한다는 것이 지금보다 더 생산적이고, 시간 대비 삶의 질이 더 나은 커리어로 이어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는 언제나 완벽하지는 않다.
그래서 누군가는 그 결과를 의심하고, 검증하고, 더 나은 답으로 도출하기 위해 방향을 잡아주고 (prompt engineering), 최종적으로 책임지고 판단해야 한다. 특히 개인의 법적 문제처럼 민감하고 중요한 영역에서는, 사람이 개입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는 과연 AI를 완전히 믿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은 기술의 문제라기보다, 신뢰의 문제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키오스크가 있어도 사람에게 직접 주문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듯, 아무리 AI가 정확해져도 자신의 개인적이고 중요한 법적 문제를 사람이 아닌 존재에게 온전히 맡기고 싶어 할지는 의문이다. 특히 법률 서비스처럼, 누가 어떤 책임을 지고 그 판단을 했는지가 중요한 영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신뢰, 판단, 창의성, 책임.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 네 가지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 확신이 없다.
미국 로스쿨이라는 이 선택이 나를 더 안전하게 만들어 줄지, 아니면 또 다른 불안으로 옮겨간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 역시 AI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커리어의 불안정성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많은 사람에게 보편적인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불안하다.
AI에게 대체되지 않는, 나만의 실력과 능력을 갖춘 변호사가 될 수 있다고 자신할 수는 없다. 그런 확신은 자신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치기나 객기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다만 내 안의 두려움과 계속 변화하는 지금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은 채 로스쿨에 들어간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나는 지금, 내가 좋아하는 일을 내려놓고, 내가 좋아할지 아직은 알 수 없는 길을 선택하려 한다.
그 선택이 옳았는지, 혹은 어리석었는지는 아마 한참 뒤에야 알게 될 것이다. 다만 이 선택은 오롯이 내가 한 것이며, 그 선택의 무게와 결과 또한 시대를 탓할 수 없는 나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