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4이 아니어도 충분히 좋은 로스쿨들.
이전 글에서 왜 모두가 미국 로스쿨 T14에 집착하는지 이야기했다. 그럼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따라온다. T14이 아니면 미국 로스쿨 의미 없는 거 아냐...?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T14 순위 밖에도 충분히 좋은 로스쿨은 많다. 다만 이 질문은 단순히 랭킹 몇 위냐로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조금 더 현실적인 기준으로 봐야 한다.
로스쿨은 학교이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투자에 더 가깝다. 3년의 시간, 학비, 그리고 기회비용을 합치면 보통 $300K 이상 (4억 원)이 들어가는 선택이다. 그래서 중요한 건, 이 투자에서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는가다.
그 결과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Big Law (대형 로펌) + Federal Clerkship (연방 서기직) 비율이다. 이 두 진로는 로스쿨 졸업 후 선택할 수 있는 커리어 중에서도 높은 보상과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진입 장벽이 높은 진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비율은 단순한 취업 통계를 넘어, 졸업생 전체에게 얼마나 선택지가 열려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T14은 이 비율이 상당히 높다. 성적이 평균이거나 조금 낮더라도 Big Law로 이어지는 길이 완전히 닫히지는 않는다. (Federal Clerkship은 극소수 최상위 성적자에게 집중되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Big Law로 이어지는 길이라고 썼다.)
예를 들어 NYU 로스쿨의 2025년도 취업 데이터를 보면, 약 272명이 Big Law, 23명이 Federal Clerkship으로 진출했다. 이는 전체 졸업생 414명 중 약 70% 이상에 해당된다.
이 정도 비율이면 일부 상위권의 성과라기보다, median 이하 학생들까지 포함된 결과다. 즉, T14은 잘하면 좋은 결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금 못해도 취업 기회가 남아 있는 곳에 가깝다.
T14 밖에서도 T14에 가까운 성과를 보이는 학교들이 있다. 흔히 T20로 묶이는 학교들이다. UCLA, UT Austin, Vanderbilt, WashU, Notre Dame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학교는 Big Law뿐 아니라 Federal Clerkship도 일정 수준 함께 배출하며, 비교적 다양한 진로로 이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UCLA (55%, 5%), UT (48%, 12%), Vanderbilt (55%, 9%), WashU (47%, 10%), Notre Dame (44%, 17%) 수준으로 나타난다. (앞은 Big Law, 뒤는 Federal Clerkship 비율이며, 2024년도 졸업생 취업 데이터다.)
또한, USC (LA), Fordham (NYC), Boston College와 Boston University (Boston), Emory (Atlanta) 등은 해당 도시를 중심으로 Big Law 성과가 아주 좋은 학교들이다. 다만 결과가 Federal Clerkship보다는 로펌 취업에 더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USC (62%, 1%), Fordham (54%, 4%), BC (52%, 4%), BU (46%, 4%), Emory (43%, 4%) 수준이다. 대형 로펌을 목표로 한다면, 이들 학교에서도 T14만큼이나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외에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로스쿨은 많다. 다만 이 로스쿨들은 같은 취업 결과를 얻기 위해 평균 이상의 성적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결과가 상위권에 더 집중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Illinois (46%, 4%), Florida (44%, 6%), UC Irvine (44%, 2%), W&L (40%, 5%), UNC (36%, 6%), Houston (35%, 2%), GW (36%, 3%) 등이 있다.
이들 학교는 Big Law와 Federal Clerkship을 합치면 대략 40% 전후로, 앞서 언급한 학교들에 비하면 낮지만 여전히 유의미한 취업 결과를 보인다. 다만 전국 단위에서 통하는 national school이라기보다는,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regional school에 가깝다. 전국 단위에서의 선택지는 제한적일 수 있지만, 대신 지역 내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취업할 수 있다.
물론 이 글에서 다루지 않은 학교들 중에서도 충분히 좋은 선택지, 혹은 더 나은 취업 결과를 보이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개인의 목표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취업 성과를 기준으로 본다면 Big Law와 Federal Clerkship 비율로 학교를 평가하는 것이 가장 직관적이다.
글을 마무리하며...
T14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좋은 로스쿨은 많다. 다만 로스쿨을 선택할 때는 단순한 랭킹이나 취업률과 더불어, Big Law와 Federal Clerkship으로 이어지는 비율을 함께 봐야 한다.
동시에, 그 비율을 볼 때는 '나는 상위권에 들 것이다'가 아니라 '나는 median 혹은 평균 이하의 성적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제를 두고 판단해야 한다. 평균 이하의 성적을 받더라도 원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수록, 더 좋은 선택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본 글의 데이터는 각 로스쿨의 ABA Employment Summary Report를 기반으로 정리했으며, 일부 비율은 별도로 계산했다. NYU를 제외한 학교들은 2024년도, NYU는 2025년도 취업 데이터를 기준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