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하고 떨어져 나온 느낌. 세상은 별일 없다는 듯이 돌아갔다.
'나'라는 존재가 세계에서 툭 하고 떨어져나온 느낌. 그리고 세상은 별일 없다는 듯이 돌아가고 있는 느낌을 받아본적 있으신가요?
회사에서 일하다가 잠시 아무런 말도 안하고 근처 공원을 걷고, 벤치에 앉아 풍경을 바라보았을때 느꼈던 제 감정이 그랬습니다. 왜 나는 일하고 있으며, 세상은 왜 움직이고 있을까. 내가 일하지 않아도 세상은 잘 돌아가는 느낌인데 나는 도대체 뭘하고 있는건가. 쓸데없다고 느껴지면서도 스스로에게 잘하지 않았던 질문들을 하게 됩니다.
바쁘게 일하거나, 신나게 놀때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저 움직이는 세상을 바라만 보고 있음에도 말이죠.
평화로웠습니다.
들리지 않았던 세상의 크고작은 소음들이 상세히 들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작은 새소리들이 들리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버스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퇴사를 했습니다.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 생각했지만 더 이상 내 삶을 낭비하며 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퇴사를 해도 바로 먹고살수 있을 정도의 장치는 마련해 놓았습니다. 과감히 퇴사를 했습니다.
퇴사하기 전에 저는 이런 과정을 겪었습니다.
1. 금전적으로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2. 이직이 아니라 또 다른 수입원을 마련하는것이 절실했습니다.
3. 지속적으로 책을 읽던 와중에 회사를 다니면서 사업을 하는 방법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4, 구상에 머물지 않고 실행을 하였습니다.
5. 실행을 하여 가능성을 보고는 좀 더 시간을 투자하였습니다.
6. 기획이 실행이 되고, 실행이 금전적 보상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7. 퇴사를 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았습니다.
8. 하고 싶은 분야로 재취업을 하였습니다.
9. 안정적인 수입원이 있다보니 재취업한 회사에서 마음껏 눈치안보고 일 할 수 있었습니다.
10. 성과가 좋아 파격적인 승진을 할수 있었습니다.
11. 회사 일도 열심히 하고 있던 사업도 더 발전시켰습니다.
12. 첫째 아이가 태어나는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13. 본사에서 저를 스카웃하려고 제안을 했습니다.
14. 여러가지 방향을 검토한 후 퇴사를 결정하였습니다.
15.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첫번째 직장에서 퇴사를 한 이유와 두번째 직장에서 퇴사를 한 이유는 완전히 다릅니다.
첫번째 직장은 회사 자체의 위기로 더 이상 근무를 지속하기 어렵다 판단하였기에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밖에 없었으나 두번째 직장에서는 본사 스카웃을 승락하면 출퇴근 시간이 기존 1시간가량에서 3시간 가량으로 늘어나며, 자연스레 가정을 돌볼 시간이 극단적으로 줄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회사의 미래를 바라봤을때 아주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판단하여 본사로 가는 것을 수락치 않고 퇴사를 결정하게 된것입니다.
하지만 두 직장에서 퇴사를 결정할수 있던 배경은 제가 본업 외에 먹고살만한 충분한 수익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월급 외에 먹고 살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면 회사에서 어떻게든 붙어있으려고, 위험을 감수하는 도전적인 행동은 없었을 것이고 그에 따른 성과 또한 당연히 없었을 것입니다. 그저 안주하는 삶에 그치고 말았겠죠. 운이 좋아 본사 스카웃제의가 왔다면 당연히 감사히 받아들이고, 그곳에서 주는 마약같은, 삶을 개선하기 보다는 현상유지에 급급한 수준의 월급을 받고서는 뼈빠지에 일만 하다가 아내와 아들에게는 맨날 미안하다는 말만 했을지도 모릅니다.
마지막 직장을 퇴사하기 전까지 저는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했습니다. 과연 지금의 사업으로 언제까지 먹고살만한 충분한 돈을 벌수 있으며, 그 이후에는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가와 같은 질문으로 시작하여 어떤 삶을 꿈꾸는지에 대한 그림까지 그려갔습니다.
그리고, 아내를 설득했습니다. 아내는 사업을 통해 얻는 것보다 혹시라도 모를 사업의 실패로 잃게 되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저의 퇴사를 말렸었습니다. 저는 새벽기도를 나갔습니다. 아내는 시간이 지날수록 배가 불러왔습니다. 몸이 점점 무거워지고, 아이를 낳는 시점이 다가올수록 혼자 시간을 보내는것에 대한 부담감이 생겨나자 제 퇴사에 대해서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퇴사의 결정적인 이유는 아내와 함께 아이를 잘 돌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아내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지만 사업으로 생계를 이어간다는 부담감이 워낙 컸던터라 제 퇴사를 반대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내의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퇴사 후 아내에게 제시했던 것들은 하루에 4-5시간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을 가족들과 보내겠다는 끈질긴 설득과 아내의 상황이 어우려져서 퇴사를 승락하였습니다.
저는 생각을 정리하여 퇴사를 성공적으로 하기 위한 계획을 짰습니다. 퇴사 후 어떻게 사업을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서 좀더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사직서를 썼습니다. 왜 제가 퇴사를 결심했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회사를 향한 제마음을 A4 4장분량에 담아 정리하였습니다.
회사는 이해할수 없는 저의 행동들로 인해 약간의 배신감을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 기껏 키워놨더니 나간다고 생각했을수도 있으니까요. 네 인정합니다. 회사 덕분에 저는 서비스마인드를 한껏 키울수 있었고 그것은 또한 제가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회사에 있는 동안 회사에 공헌한 부분을 통해 상쇄할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충 회사 생활한게 아니라 회사에 있는 동안은 정말 회사를 위해서 할수 있는 모든 것들을 했다고 생각하기에 부끄럽지 않게 퇴사 할 수 있었습니다.
퇴사 후에 펼쳐진 제 풍경은 기한 없는 유급 휴가를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업의 시스템 어느 정도 움직이고 있었기에, 하루에 3-4시간만 일을 해도 기존 월급 2배 이상의 수익이 나고 있었고, 그로 인해 저는 출산 전까지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행동할 계획을 세울수 있었습니다.
인생을 이렇게 살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의 지시를 받으며 일하던 습관에서 벗어나 스스로 계획하고 스스로 행동하고 그 결과를 온전히 책임지는 삶이 저에게 주어진것입니다.
이 환경이 꼭 좋을수만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습니다. 만약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한다면 주어진 시간들을 낭비할것이고, 그렇게 되면 가족의 생계 또한 어려움에 처하게 되리란걸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저는 더 계획적인 삶을 살아가야 했습니다. 과거 저는 즉흥적이고, 무계획적으로, 혹은 본능적으로 일을 잘 처리하고, 그것이 저에게 맞는 방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돌아보면 그것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의 일처리 방식과 유사했습니다. 정말로 일을 잘 하기 위해서는 계획이 있어야 하고, 그 계획을 실행할 전략이 있어야 하며, 결과적으로는 전략을 통해 계획을 실행할 실행력이 있어야 했습니다.
퇴사 후, 저는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부업이 사업이 된 유통을 어떻게 더 전문화 시킬지 고민함과 동시에, 일을 잘 하기 위해서 필요한 능력들을 배양하기 위해서 더 많은 책들을 읽고, 책을 토대로 많은 것들을 시도하였으며, 그중에 나에게 맞는 것들을 습관화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툴을 찾아 써봐가면서 내가 유용하게 쓰는 것들을 더 잘쓰기 위해서 자료를 찾아보고, 시도해보고, 또 시도해봤습니다.
무료강연, 유료강연을 찾아다니며 책에서 구할수 없었던 지식들을 얻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팟캐스트를 통해 단순작업을 하는 시간에도 도움이 되는것들을 얻기 위한 행동을 했습니다. 나에겐 일을 알려주는 선임이 없었고, 일을 하라고 지시하는 상사가 없었기에 스스로 일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했고, 스스로 일을 하기 위해 계획을 갖아야 했습니다. 계획하지 않으면 일을 안하겠다는 것과 같았습니다. 실제로 계획없이 움직이는 날과 계획하고 움직이는 날은 행동하는것에도 2배 이상의 차이가 나기도 했습니다.
나름의 규칙들을 정하였으며, 그 규칙은 고여있지 않고 계속 수정해나갔습니다. 그리고 변화했습니다. 그 규칙들을 프로세스화하여 다른이들에게도 적용할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였고, 공유를 하였습니다. 스스로 경험한 것들을 집약하여 현재도 하고 있는 부분들을 다른사람들도 할수 있도록 심플하게 구성하여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물론, 누구에게나 적용할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습관과 선호하는 방식이 각기 다르기에 이것이 정답이라고 말하려고 하는것은 아닙니다. 저는 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가 실제적인 방법을 알려주고, 여러가지 실행을 할수 있게끔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그 방법을 기초로하여 실행을 할수 있도록 독려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퇴사 후에 펼쳐진 풍경은 도심을 출발한 기차가 한적한 시골 마을에 들려 잠시 쉬는 시간을 갖고, 다시 또 다른 도시를 향해 출발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내가 내가 아닌것 같은 삶, 끌려가는 듯한 삶을 살던 도시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나를 돌아보고 내가 갖고 있는 것은 무엇이고 나는 무엇을 할수 있고, 무엇을 잘 할수 있고, 무엇을 했을때 성취감이 큰지 알아보는 쉬는 시간을 갖았습니다. 그 전에는 바쁘게 사느라 몰랐던 것도 있지만, 실행하던게 없기에 뭘 잘하는지, 뭘 했을때 성취감이 큰지를 알수가 없었으니 자문해봐도 답을 내릴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나를 과거보다 더 깊이있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어떤것이 부족한지 알고 있기에 무엇을 채워야 하는지 알수 있고, 무엇을 잘하는지 알고 있기에 그것을 더크게 기우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이것을 메타인지라고 한다는 것을 <인생공부>의 신영준박사님과 고영성작가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뼈아대>팟캐스트를 들으며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는 중입니다.
작은 성과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잠시동안의 꿈과도 같을수 있기에 스스로 더욱 성장해서 앞으로 닥치게될 고난과 시련속에서도 버티고 살아남고 그리고 성공하기 위해서 더 많은 시도들을 하였고, 시도를 통해 성과를 올렸으며, 또 다른 시도들을 계속 하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은 또 다시 복잡한 도시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난번 도시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방향키를 스스로 쥐고 있기에 어디로 가야할지 알고 있으며, 그 방향을 확실하게 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성공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성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제 배에 누가 타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누구와 동행하게 될지 몰라도 좋은 사람이 함께 하리라는것을 알고 있습니다.
퇴사 후 제 풍경을 이곳 브런치를 통해 이야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