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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사청장 Oct 23. 2018

퇴사 후 풍경, 두번째 이야기

평범한 30대 중반 남자의 퇴사 후 달라진 일상

회사를 다니지 않으니 당연하게도 삶에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회사를 다닐 때와 사업을 할 때의 가장 먼저 한일은 일하는 시간에 대한 정의였습니다. 

회사를 다닐때는 9시부터 18시 혹은 그 이상의 시간 동안 저는 회사에 머물거나 회사를 위해 시간을 빼놓아야 했습니다. 거의 무조건적으로 말이죠. 출퇴근 시간을 포함하면 하루 24시간중에 12시간 이상을 회사가 사용했습니다. 실제 업무시간은 8시간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출퇴근을 포함한 그 이상의 시간들이 회사를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퇴사후. 저는 시간으로 일하는 것에서 벗어나려 노력했습니다. 

온라인 유통이라는 사업 특성상 누군가는 제가 잘 때에도 놀 때도 책을 읽을 때에도 쇼핑을 하기에 저는 주문건들을 몰아서 한번에 처리하면 되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압축해서 사용하고 남은 시간에는 스스로에게 더 투자를 하도록 노력했습니다.  


먼저, 자유를 누렸습니다. 

출근을 하지 않고 퇴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마음껏 누렸습니다.  오랜만에 갖게 된 자유를 누렸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최소 몇년 뒤에나 누릴수 있는 호사라는 것을 알았기에 잘 쉬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시기는 아이가 태어난지 3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지금은 좀 편해졌습니다. 그렇지만 곧 둘째가 태어난다는...다시 시작할 생각하니 망막에 구름이 낍니다.)


그리고, 주어진 자유안에서 스스로를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도록 환경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사업공간을 집에서 완전히 분리하였습니다. 집이라는 공간은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곳, 쉼을 얻고 재충전을 할수 있는 곳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고, 판매하는 물품들을 모두 별도의 사무실로 이동시켰습니다.  10평 남짓의 지하 원룸인 이곳은 거창한 사무실이라기 보다는 제 꿈을 키우는 다락방같은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출퇴근이 다시 생겼습니다. 

걸어서 15분정도면 닿을수 있는 곳이기에 건강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집에 급한 일이 생기면 충분히 빠르게 대응할수 있는 거리의 사무실이었기에 아내가 출산의 징후가 보이면 언제든지 달려갈수 있었습니다. 지하철역도 가깝기에 미팅이 잡히더라도 시간낭비를 줄여서 이동할수 있었습니다. 


출퇴근이 다시 생겼지만 얽매이지 않았습니다. 택배 마감에 맞춰 배송을 해놓고 택배기사님이 가져갈수 있도록 외부에 장치를 두고, 자유롭게 도서관에 가기도 했습니다. 퇴근은 6시에 하기도 하고, 4시에 하기도 하였습니다. 중요한것은 출근을 해서 근무지에 근무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게 아니라 실제 제게 주어진 업무량을 소화하는 것이기에 시간 단위로 일하는 것은 저에게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1시간을 일하더라도 그것이 매출에 도움되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일하는 시간을 적절히 통제하는 대신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사고의 범위가 조금씩 확장되는것이 느껴졌고, 기존의 틀이 변형되거나 완전히 무너지는 경험도 하였습니다.  어떤 생각으로 삶을 살아가야하는지 무엇을 목적에 두고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항상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방향이 올바른지, 내가 포기할것들을 포기하지 못하고 쥐고가는 것은 없는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포기할것들을 포기하지 못하고 양손가득 꼭 쥐려고 하는 관성이 있습니다ㅠㅠ)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생각을 구체화 시켜서 글과 표로 표현해보고, 그것을 실현해보고 싶어서 실행단계를 계획하게 되고, 그리고 실행을 하는 과정들을 통해 결과물들을 얻었습니다. 그것은 크거나 작게 성공하기도 하고 때론 실패도 했습니다. 실패라고 해서 얻은게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너무나도 바쁘게 살아갑니다

주변은 커녕 나초자도 돌아보는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살아왔습니다. 바쁘게 사는 것이 미덕인 세상속에서 중요한 것들을 많이 놓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것은 스스로의 건강이기도 하고, 가족간의 대화일수도 있습니다. 친구간의 관심을 갖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이 모든 것들을 잘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 또한 스스로의 건강에 대해 무책임할 정도로 현재는 일에 집중해 있는 편입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을 한번 되돌아봤으면 싶은 것입니다.  당연하게 대학을 가야하고 당연하게 회사에 취직을 하고 당연하게 돈을 벌려고 하지만, 진짜로 알아야 할 것들은 놓치고 있는게 아닐까 합니다.  더 좋은 직장에 들어가 더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이 모두에게 칭찬받을 일이고 모두가 원하는 행복이라고 하지만, 정작 그것을 성취한 모든 사람들이 정말로 행복해 할까요?(행복한 사람들이 당연히 있죠.)


회사라는 조직을 통해 배울수 있는 것은 너무 많습니다. 오히려 제가 많은 것을 배우지 못하고 섣불리 나온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아쉬움은 있습니다만, 전 지금의 삶에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어주시는 소수의 독자분들께 퇴사를 종용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퇴사 선동자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게다가 섣부른 사표의 발행은 지옥행 티켓이 될수 있습니다. 그 만큼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저는 아주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퇴사 이후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회사가 아닌 삶에 대한 선택이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퇴사를 하고 삶을 개척해 나가는 30대 중반의 평범한 어느 한 사람의 삶을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은 것이 작은 바램입니다. 혹시 모르죠. 제 글을 읽어 나가면서, 퇴사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지 알게 되시고, 퇴사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를 해 나가신후 사업으로 성공하거나 인플루언서로 성공하실 분이 나오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퇴사 후 풍경에 대한 이야기를 딱딱하게 풀어나가는 인사청장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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